中, 중앙委 5차 전체회의서 내수 강화·기술 강국 전략 채택美 공세에 '기술자립' 사활… 40년만에 국내경제로 무게중심 이동韓에 또 다른 위협… 초격차 유지·신시장 확보·규제완화 전략 필요
  • ▲ 19기 5중 전회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연합뉴스
    ▲ 19기 5중 전회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연합뉴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 지도부가 내수 강화와 기술 강국을 해법으로 채택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40여년만의 경제정책 방향 전환이다.

    문제는 중국의 방향 전환이 우리나라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수 시장 강화는 우리 기업의 투자·판매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전문가는 우리나라도 각종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 변화를 줘 기술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30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 회의(19기 5중전회)가 지난 29일 베이징(北京)에서 막을 내렸다.

    중국 지도부는 이번 회의에서 14차 5개년(2021∼2025년) 경제 계획을 위해 '쌍순환' 발전 전략을 통과시켰다. 쌍순환 전략이란 세계 경제(국제 순환)뿐 아니라 국내 경제(국내 대순환)를 최대한 발전시킨다는 개념이다. 지난 5월 당 최고 지도부 회의체인 상무위원회에서 처음 제시된 개념으로 사실상 내수 시장을 강화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중국 지도부는 회의를 끝내고 낸 발표문(공보)을 통해 "내수를 확대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14억 인구의 거대 내수 시장을 공고히 하면서 경제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내부에서부터 생존과 발전의 동력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 지도부는 기술 독립에 역점을 두고 내수를 극대화함으로써 '자립 경제'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이 중국의 대표 IT기업인 화웨이를 제재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기술 독립이 세계 가치사슬에서 중국의 입지를 지키는 길이라는 위기감의 발로로 풀이된다. 중앙위원회는 공보에서 "현대화 건설에서 혁신을 최우선 지위에 놓고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국가 전략적으로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는 물론 품질과 인터넷, 디지털, 교통 분야에서 강국을 만들어 간다는 구상이다. 5G 기지국과 데이터 센터, 인공지능(AI), 고속·도시철도, 산업 인터넷 같은 '신형 인프라'에 대대적인 투자가 예상된다.

    일각에선 중국이 바깥에서 내부로 시선을 돌리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개혁개방 이후 40여년 중국 경제는 거대 제조업에 기반한 수출에서 나오는 이익과 철도·도로 같은 인프라 시설 투자에 의존했지만, 2006년 국내총생산(GDP)의 35%에 달했던 수출 비중은 지난해 17%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지도부는 공보에서 앞으로 5년간 경제성장률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았다. 앞서 중국 지도부는 12차 5개년 계획(2011~2015년)과 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에서 연평균 경제성장률 목표를 각각 7%와 6.5%로 정한 바 있다. 최근 몇 년간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중국은 지난 2015년 '바오치'(保七·7%대 고속성장률) 시대가 막을 내렸다. 올해는 '바오류'(保六·성장률 6% 유지)마저 붕괴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중국 지도부가 40여년 만의 경제 정책 방향 전환에 역점을 두고 경제성장률 목표는 제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 반도체 생산공정 살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연합뉴스
    ▲ 반도체 생산공정 살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연합뉴스

    중국이 앞으로 5년간 성장 전략으로 내수 강화와 기술 강국을 꼽으면서 우리나라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시장 강화는 우리 기업의 대중국 수출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중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AI와 5G 등 첨단 ICT(정보통신기술) 분야 투자를 대폭 늘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작용도 속출할 수 있다. 반도체 등 중국이 상대적으로 뒤처진 분야의 기술을 최대한 빨리 확보하려고 연구·개발(R&D)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국내 우수 전문인력 빼가기 등의 부작용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미국의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관점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위 중국 때리기가 위험하다고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이 기술능력을 강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며 "중국은 충분한 내수 시장을 확보하고 있어서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일본과 무역 갈등을 빚으면서 정부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 독립과 혁신에 나서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과거 일본, 대만, 우리나라도 내수 시장을 키우면서 기술독립을 강화해왔다. 그 흐름을 바꿀 순 없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중국이 내수를 키우며 기술독립으로 가면 우리한테는 투자 판매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현대자동차가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 중 하나가 중국 정부가 자국의 부품을 쓰라고 압력을 넣기 때문"이라며 "미·중 갈등으로 미국이 중국을 억제하면 한국에는 기회가 된다는 것은 단순 논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로선 중국보다 앞선 기술산업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는 한편 인도처럼 중국보다 싸고 넓은 시장을 확보해야 앞으로 대결 경쟁력이 생긴다. 글로벌화에 적극 대응하면서 기술수위를 높여가는 것 외에는 정책적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는 지나치게 수출 의존적이다. 과감히 내수 시장을 키울 필요성도 있다"면서 "문제는 정부가 각종 규제로 투자와 내부 소비를 억누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가령 국내에 골프장을 못 짓게 하니 해외로 골프여행을 나가는 것처럼 하다못해 구글 지도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면 해외관광객의 국내 맛집 투어 등이 가능해진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 전기차 스타트업이 없는 이유는 규제가 심해 자동차를 마음대로 뜯었다가 붙이는 관련 기업이 없어서"라면서 "부자들이 돈을 쓰게 해줘야 한다. 수도권의 부자들이 지방에 휴가 주택을 갖게 하면 여행 등을 통해 소비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을 텐데 현 정부는 집을 2채 이상 보유하면 죄악시하니 내수 시장을 키울 수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