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합산도 그대로… 홍남기 "고위당정청 회의서 큰 틀 결정"민주당, 내년 보궐선거 의식한듯… 부총리 사직서 냈지만 文대통령 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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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 해임 청원으로까지 번졌던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이 현행 10억원으로 유지된다. 가족보유 물량을 모두 더해 따지는 가족 합산 원칙도 고수한다.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심 눈치를 살피는 여당의 입김에 정부가 한발 물러난 셈이다. 결과적으로 경제 컨트롤타워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또다시 여당에 한 수 접고 들어가는 모습이 연출됐다. 공교롭게도 이날 홍 부총리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사의를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반려했다.홍 부총리는 3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논란이 일고 있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과 관련해 "현행대로 10억원을 유지하는 것으로 (지난 1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큰 틀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에 따른 세계정세와 미·중 무역 갈등 등 경제 불확실성 등을 고려했다는 태도다.기존 가족 합산 원칙도 유지된다. 홍 부총리는 관련 질문에 "대주주 기준 3억원이 너무 가파르다고 해서 보완적으로 강구한 게 (가족 합산 대신) 개인별 3억원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고 부연했다.다만 홍 부총리는 이번 결정에 반대 견해를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2018년 2월에 이미 시행령이 개정됐고 (기준이) 한 종목 3억원이므로 정부로선 기존 방침대로 가야 한다고 봤다"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내년부터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의 판단 기준이 현행 주식 보유액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진다. 올 연말 기준으로 특정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한 주주는 내년 4월부터는 해당 주식을 팔았을 때 22~33%의 양도세(지방세 포함)를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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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은 그동안 대주주 요건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재정 당국은 정책 일관성과 과세 형평성을 들어 시행령을 따라야 한다는 견해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2023년부터 주식 양도차익에 전면 과세가 이뤄지는데 시장에 불필요한 충격을 줄 필요가 없다며 기준 완화를 요구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이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개인투자자인 '동학 개미'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접근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이다. 정부 의견대로 대주주 기준을 상향할 경우 연말에 매도 물량이 쏟아져나와 주가가 하락하면 개인투자자의 표심이 이반할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한편 홍 부총리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가 끝나고 이번 논란과 관련해 문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홍 부총리를 해임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고 여당과도 충동하는 모습을 빚은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사직서를 반려하며 경제 컨트롤타워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그동안 각종 경제 현안과 관련해 여당과 의견 충돌을 보이면 매번 작아지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