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연속 파업 수순… 73% 찬성무분규 현대차와 대조… 해법찾기 골몰미래 대비-노무 안정 갈림길
  • ▲ 정의선 회장.ⓒ현대차그룹
    ▲ 정의선 회장.ⓒ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의 엇갈린 행보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임금 동결로 올해 임협을 무분규로 마무리한 반면, 기아차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73% 찬성으로 파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지난 3일 조합원 2만9261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를 위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2만1457명(73.3%)이 찬성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현재 진행 중인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합법적인 파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기아차 노조가 파업을 하게 되면 2011년 이후 9년 연속 파업에 나서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된다.

    앞서 현대차 노조가 11년만에 임금 동결로 올해 임협을 타결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임금동결은 1998년 IMF 외환위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역대 세 번째다. 아울러 2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라는 의미를 남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장 곤혹스러운 사람은 바로 정의선 회장이다. 기아차는 정 회장의 친정 격으로 오랜시간 공을 들인 곳이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현대차 노조는 정 회장 취임에 힘을 실어주는 고마운 존재로 자리매김 했다.

    그래서일까. 정 회장은 지난달 14일 그룹 회장에 오른 이후 한달도 되지 않은 지난달 30일 현대차 노조지부장을 만났다.

    그동안 불안정한 노사관계는 현대차 발목을 잡는 가장 대표적인 부정적 요소였다. 하지만 회장 취임 직후, 현대차 노조가 대승적 차원에서 고통분담에 동참해 준 것에 화답한 것.

    정 회장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고마움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수 노조지부장도 가장 빨리 면담에 나선 정 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 회장의 속내는 당시 나눈 대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정의선 회장은 "노사관계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직원 만족과 회사 발전이 일치할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찾아가자"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로 인한 산업의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면서 "변화에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합심해 새롭게 해보자"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며, 현대차 노사를 추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현대차 울산공장은 노사 협력과 미래 비전에서도 1등기업"이라며, "지난 9월에는 노사가 함께 미래 자동차산업 변화에 대응하고, 고용안정과 부품 협력사와의 상생을 위해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아차의 이같은 강경 행보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최근의 경영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제상황이 많이 침체된 상황에서 노사가 합심해 위기극복에 나선 현대차와 달리 무리한 요구로 임단협에 응하고 있는 기아차에 대한 시선은 다를 수 밖에 없다"며 "정의선 회장도 현대차 노조에 고마움을, 기아차 노조에는 아쉬움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