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기대 이상의 임상 결과를 보였다는 발표에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에 비해 3.15달러 상승(8.48%)한 40.29달러에, 중동산 두바이유는 0.23달러 하락한 40.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의 경우 사흘 만에 반등, 5개월여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일대비 2.95달러 오른 42.40달러에 거래됐다.
코로나19 백신이 그동안 유가를 짓눌러온 최악의 수요 침체를 정상화시켜줄 것이란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화이자는 외부 전문가 패널이 3상 임상시험에서 발생한 94명의 확진자를 분석한 결과 백신의 코로나19 예방효과가 90%를 넘었다는 중간결과를 공개했다.
백신을 투여한 실험군과 플라시보(가짜 약)를 투여한 실험군으로 나눠 진행한 임상시험 과정에서 나온 확진자 중 백신접종자는 10%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고 최종 분석 결과를 기다려야 하지만, 일반 독감 백신(예방효과 40~60%)보다 훨씬 강력한 효과를 보여준 것인 만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극도로 위축된 이동·여행 수요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화이자는 이달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백신 긴급승인신청을 낼 계획이다.
CFRA리서치의 에너지 자산 분석가인 스튜어트 글릭먼은 블룸버그통신에서 "이번 결과는 수요 측면에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며 "백신이 상업적으로 생산된다고 가정하면 사람들은 백신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좀 더 위험을 무릅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CNN은 백신 개발과 관련한 호재는 원유업계에 특히 중요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원유 수요가 전례 없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4월 유가는 코로나19 사태와 선물 만기일 이슈가 겹쳐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도 했다. 석유수출국기구(OECD)와 러시아가 기록적인 감산을 단행한 뒤에야 유가는 반등했다.
크레이그 얼람 OANDA 수석시장분석가는 "팬데믹으로 인해 원유는 완전히 끔찍한 한 해를 보내면서 한 때 마이너스 수준까지 밀렸다"며 "백신이 전 세계에 대학살을 초래한 끔찍한 문제에 대한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제공하면 상황이 바뀔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OECD+의 증산 연기도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지즈 빈 살만 에너지 장관은 OPEC+ 회의를 3주가량 앞두고 회원국 간에 합의만 이뤄진다면 감산안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가는 화이자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90% 이상의 예방효과를 보였다는 소식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진 영향으로 상승했다"며 "최근 유가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약세를 보인 만큼 관련 소식이 발표된 이후 원유 수요가 회복 둔화 우려가 완화된 점도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백신 개발이 완전히 마무리되고 상용화하기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날 유가 폭등은 화이자 뉴스에 과도하게 반등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말에 당선 확정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완화할 경우 내년 글로벌 원유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