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式 경제민족주의 부상기후·환경·노동 통상기준 높아질 것'탄소제로' 기준 충족 여부 관건… 반도체·배터리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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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이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세계 무역통상 환경이 급격히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가 공언한 탄소세와 공정무역 등 경제 민족주의가 부상하면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산업지형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환경·노동자 권리보호 기준 등 향후 강화될 국제 무역통상 기준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0일 대한상공회의소 경영콘서트 온라인 강연에 출연해 "‘Made in all of America(미국인에 의한 미국내 제조)를 내세운 조 바이든은 대내적으로는 연방정부의 공공조달 강화하고 자국내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는 한편 대외적으로 탄소세 부과와 환경·노동자 인권을 중시하는 공정무역을 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식(式) 경제민족주의가 부상한다는 얘기다.최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환경정책 변화에 따른 국내 산업영향에 대해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 뿐 아니라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수입품에 대한 탄소세(carbon tax)가 부과된다면 우리나라 자동차‧철강‧석유화학 기업들이 벼랑 끝까지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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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세는 기후변화와 환경보호에 초점을 두는 바이든의 대표 공약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미국 산업을 보호하고 해외 기업의 진출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의 선거공약에는 무역정책과 기후목표를 분리할 수 없다는 입장이 분명히 담겨있다. 예컨대 미국이 제시하는 탄소 집약적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쿼터제한을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진출기업이 환경을 파괴하는 오염물질을 배출할 경우 복구에 필요한 비용 전액을 부담시킬 가능성도 있다.어떤 업종에 얼마만큼 탄소세를 부과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을 최대 수출국으로 둔 한국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 증가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최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기존 NAFTA보다 환경·노동기준을 강화한 USMCA(북미자유무역협정)을 확대해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재편을 모색할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USMCA의 기준을 한국 기업이 충족가능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USMCA는 환경·노동에 대한 인센티브와 처벌을 강화하는 조약을 채택하고 있다.탄소세 등 기후환경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는 건 미국 뿐만이 아니다. 유럽연합(EU)도 자국 기업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탄소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규제 기준을 넘지 못하는 개발도상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다. 미국, EU 등 선진국들은 2035년까지 전력부문에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고 2030년부터 신축 건물의 100%에 탄소배출 제로 자재를 쓰도록 하고 있다.최 교수는 "바이든이 추진하는 탄소배출 규제는 한국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철강, 화학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면서도 "반면 새로운 기준은 반도체, 배터리 기업에 새로운 기회로 다가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한국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친환경 자동차, 신재생 에너지 등 강화되는 세계 환경기준을 충족하는 새로운 정책과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며 "수출기업의 인력관리 등 노동문제에 대한 면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