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위-5분위 소득격차 4.88배… 한 분기만에 다시 벌어져근로소득, 저소득층이 18배 더 줄고, 이전소득은 같이 늘어4차 추경 편성 등 정부 지원금에도 분배지표 악화
  • ▲ 소득 격차.ⓒ연합뉴스
    ▲ 소득 격차.ⓒ연합뉴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와 역대 최장기 장마가 겹친 올 3분기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실질소득 격차가 4.88배로 한 분기 만에 다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0% 고소득층 소득이 1년 전보다 3%쯤 늘어나는 동안 하위 20% 저소득층은 거꾸로 1%쯤 줄었다.

    추석을 앞두고 제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편성되며 정부 지원금이 풀린 덕분에 전체 가구 평균 소득은 1.6% 증가했다. 하지만 소비 위축으로 지출은 2.2% 줄어 내수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모습이 연출됐다.

    ◇근로소득 두 분기 연속 감속

    19일 통계청이 내놓은 올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0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6% 늘었다. 내용을 보면 근로소득은 347만7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1%, 사업소득은 99만1000원으로 1.0% 각각 줄었다. 반면 이전소득은 71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17.1% 급증했다. 2분기에는 재산소득도 줄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모든 분기를 통틀어 처음으로 트리플 감소를 보였으나 3분기에는 재산소득이 4만원으로 18.5% 증가했다.

    근로소득은 지난해 3분기 351만5000원보다 3만8000원(-1.1%) 줄었다. 근로소득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분기(-0.5%) 이후 올 2분기에 처음으로 줄었고, 3분기에도 연속으로 감소했다. 취업자 수가 감소한 여파다. 올 취업자 수는 지난 3월 19만5000명을 시작으로 8개월 연속으로 줄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최장기간 감소세다.

    사업소득도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100만1000원보다 1만원(-1.0%)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숙박·음식업 등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자영업황이 부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전소득은 공적이전소득이 1년 전보다 11만5000원(29.5%) 증가하며 소득 증가를 견인했다. 추석 직전 4차 추경 편성으로 각종 지원금이 풀린 탓이다. 같은 기간 사적이전소득은 1만원(-4.3%) 줄어 대조를 이뤘다. 경조소득이나 퇴직수당, 실비보험 등 비경상소득은 8만원으로 1년 전보다 33.3% 증가했다.
  • ▲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발표.ⓒ연합뉴스
    ▲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발표.ⓒ연합뉴스
    ◇코로나19에 음식·숙박 직격탄 이어져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398만9000원으로 지난해보다 2.2% 감소했다. 역대 최장기 장마와 집중호우, 코로나19 장기화로 외출을 꺼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소비지출은 294만500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4%, 비소비지출은 104만4000원으로 4.6% 각각 줄었다.

    '집콕' 생활이 늘면서 식료품·비주류음료(18.7%)와 가정용품·가사서비스(19.8%), 주거·수도·광열(6.7%) 등에서 지출이 늘었다. 먹을거리 중에선 고기류(31.9%), 신선수산동물(25.3%), 채소·채소가공품(35.4%) 등에서 지출이 증가했다.

    보건 지출은 평균 25만7000원으로 12.8% 늘었다. 영양보조제와 마스크 구매가 늘면서 의약품과 의료용소모품 지출이 각각 9.4%와 177.4% 증가했다.
    반면 의류·신발(-13.6%)과 교통(-12.4%), 음식·숙박(-6.6%), 교육(-13.6%) 등은 씀씀이가 줄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음식·숙박의 경우 외식·주점 등 식사비는 1년 전보다 5.9% 감소했다. 숙박비 지출도 18.1% 줄었다.

    세금이나 사회보험금, 대출이자 등으로 빠져나가는 비소비지출은 평균 104만4000원으로 지난해보다 5만원(-4.6%) 줄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비소비지출이 감소한 것은 올해뿐이다. 근로소득세 등 정기적으로 내는 세금인 경상조세(5.6%)와 사회보험료(9.4%)는 증가한 반면 용돈·경조사비 등 가구간 이전지출(-28.7%)과 비영리단체로 이전지출(10.4%)은 줄었다.

    3분기 가구당 가처분소득(실질소득)은 426만1000원으로 지난해보다 3.2% 증가했다. 소비지출은 줄고 소득은 늘면서 가계 흑자액은 131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15.3% 늘었다. 흑자율은 30.9%로 지난해보다 3.2%포인트(P) 올랐다.

    실질소득에서 소비지출 비중을 따지는 평균소비동향은 69.1%로 1년 전보다 3.2%P 내렸다. 100만원을 벌어 69만원을 썼다는 뜻이다. 앞선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우리 경제성장 전망치를 3.1%로 기존보다 0.4%P 낮춰잡았다. 코로나19 재확산·장기화로 민간소비와 서비스업이 받는 타격이 내년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수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도 13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실물경제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며 내수 회복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고 진단했다.
  • ▲ 소득 5분위별 가계수지.ⓒ통계청
    ▲ 소득 5분위별 가계수지.ⓒ통계청
    ◇1분위 소득 중 공적이전 비중 36%

    소득 분위별로 보면 저소득층인 1분위(소득하위 20%) 가구 월평균 소득은 163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1.1% 줄었다. 같은 기간 2분위의 소득도 1.3% 감소했다. 3분위부터는 증가했다. 고소득층인 5분위(소득상위 20%) 가구는 1039만7000원으로 2.9% 늘었다.

    1분위와 5분위 모두 공적이전소득(정부 지원금 포함)이 크게 늘었다. 1분위는 58만5000원(15.8%), 5분위는 35만2000원(40.3%) 증가했다. 금액은 저소득층이 많았지만, 증가율을 따지면 고소득층이 더 컸다. 5분위는 지난해는 별다른 지원금이 없었으나 올해는 아동특별돌봄지원금을 받은 영향이 컸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지원대상인 중학생 이하 자녀가 1분위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격차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등 시장소득에서 벌어졌다. 1분위 근로소득은 월평균 55만3000원으로 10.7% 감소했다. 5분위도 근로소득이 줄었다. 다만 743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0.6% 줄어드는 데 그쳤다. 단순 비교하면 저소득층 근로소득 감소 폭이 고소득층보다 18배 컸다.

    사업소득은 격차를 키웠다. 1분위 사업소득은 27만6000원으로 8.1% 줄었다. 반면 5분위 사업소득은 194만4000원으로 5.4% 늘었다.

    지출도 비슷한 모습이다. 1분위는 1년 전보다 지출이 3.6% 줄었다. 오락·문화(-20.9%), 교통(-17.1%), 의류·신발(-16.8%)의 지출이 많이 감소했다. 이에 비해 5분위는 지출 감소가 0.9%에 그쳤다. 오락·문화(-37.1%), 의류·신발(-13.4%), 교육(-12.2%)의 지출 감소 폭이 컸다.

    소득불균형 지표로 불리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악화했다. 이 지표는 실질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눠 1분위와 5분위를 비교한 것이다. 3분기 균등화 소득배율은 4.88배였다. 5분위 가구의 실질소득이 1분위보다 4.88배 많다는 뜻이다. 1년 전(4.66배)보다 0.22배P 늘었다. 그만큼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소득격차는 벌어졌다는 얘기다.

    2분기 균등화 소득배율은 4.23배로 1년 전보다 0.35배P 줄어 겉으론 소득격차가 준 것처럼 보였지만, 이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며 공적이전소득을 인위적으로 늘렸기 때문이었다. 정부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을 걷어낸 3분기 시장소득 5분위 배율은 8.24배로, 1년 전(7.20배)보다 1.04배P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