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여 혐의 6번째 공판 진행"특검 새로운 증거 없는 주장만 되풀이""최서원 존재 및 영향력 인지 못해"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인단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능동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는 특검 의혹에 대해 "질책을 동반한 강한 요구를 받고 수동적으로 지원한 것"이라고 강하게 맞섰다. 

    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평가할 전문심리위원의 평가 절차나 방법 등에 필요한 시간을 위해 재판 일정을 미뤄달라는 특검 요구에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23일 오후 2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6번째 공판기일이 진행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9일 재개된 첫 공판 이후 2주 만에 출석했으며 취재진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 법정에 들어갔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 씨에 '삼성 경영권 승계' 청탁 대가로 298억여원 등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은 뇌물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지만, 2심에선 유죄 인정 액수가 감소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해 8월, 2심이 무죄로 본 일부 금액도 유죄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공판에서는 지난 9일 특검측이 재판부에게 요구한 양형 관련 변론과 서증조사로 진행됐다. 

    특검은 세시간에 걸쳐 서증조사를 진행했는데, 승마지원 및 동계 영재스포츠센터 지원 등이 대가를 기대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공여한 뇌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사건을 처음부터 되짚는 수준에 그쳤으며 특검의 주장을 뒷받침할 새로운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특검이 제시한 증거는 이미 지난 1심과 2심을 거쳐 모두 해명됐다고 변호인단은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특검 측이 제시한 증거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며 "특검 주장과 달리 피고인들은 수동적으로 뇌물을 공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승마지원 시기 삼성 태도 변화 및 사적 이익이 아닌 공익적 목적 지원, 최서원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우선 승마지원의 경우 지난 2015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이 부회장이 강하게 질책을 받은 이후 이뤄진 것으로 그 전까지는 별다른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전까지 이 부회장이 최서원의 존재는 물론 영향력을 알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부분이다.

    지난 2017년 12월 열린 항소심에서 대한승마협회장을 지낸 박상진 전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최 씨 모녀와 관련된 문자에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업무도 하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변호인단은 "승마협회 김종찬 전무도 이사건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2015년 7월 이전에는 삼성이 지원한 것이 없다고 증언했다"며 "최서원 판결문에서도 1차 단독면담에서는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으며 코어스포츠 직원 김찬형이나 김종찬의 진술을 통해서도 삼성이 당초 '여러 선수들'을 지원하려고 했던 것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영재센터 후원 역시 박 전 대통령 요구에 의한 후원이었으며 공익적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논리를 폈다. 

    변호인단은 "동계올림픽 인재 육성을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남찬우 등 문체부 담당 직원들도 영재센터가 공익적 목적의 사업이었고, 박 전 대통령의 중요한 정책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언론에서도 영재센터의 동계스포츠 활동을 긍정적으로 보도하면서, 공익적 목적을 부각시킨 만큼 피고인들도 대통령이 공익적 목적을 위해 정책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인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변호인단은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및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규혁 등의 증언을 바탕으로 영재센터 배후에 최서원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피력했다.  

    변호인단은 "이규혁 본인도 대통령 사건에 출석해서 '최서원을 모른다' '장시호가 조카인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며 "영재센터 고위 임원(이규혁) 조차도 최서원을 몰랐는데, 피고인들이 알 수는 없었다"고 했다. 

    부정한 청탁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은 대법원에서 개별 현안에 대한 부정한 청탁은 입증할 필요 없다고 판단했고 개별 현안에 대한 특검의 여러 의혹도 1심과 2심에서 이미 해명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피고인들은 대통령과의 단독면담을 '청탁의 기회'로 보지 않았다"며 "삼성은 면담을 앞두고도 다른 기업과 달리 회사의 현안에 대한 자료를 청와대 측에 제출한 바 없다"고 했다.

    이어 "특검이 주장하는 '개별 현안'은 이재용 개인의 현안이 아니라, 회사의 이익에도 기여하는 것이라고 법원은 판단했다"며 "특검은 오늘도 2014년 9월 15일 '0차 독대'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인정할 수 없다고 이미 판단 내린바 있다"고 했다. 

    아울러 변호인단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전문심리와 관련된 평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특검 요구에 대해 소송 지연이라고 날을 세웠다.

    변호인단은 "평가 시간을 더 달라는 건 기본적으로 소송지연을 위한 것"이라며 "추가 사건의 경우 기록이 20만 페이지에 달하는데 빠르게 진행하자던 주장과 달리 이번 재판에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4년간 진행된 재판인데다 검토가 끝난 판결문인데 이걸 2시간이나 설명하겠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소송 지연 외에는 목적이 없다고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