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사장, 탁월한 성과·탄탄한 입지 '60세룰' 빗겨나 1년 더 吳사장 해외건설 수주 박차…우즈벡-방글라 수주에도 역량 발휘
  • 연임이 유력했던 이영호(61)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이 결국 '나이 커트라인'을 넘지 못했다.

    삼성물산은 8일 오세철(58) 플랜트사업부장(부사장)을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내정하는 2021년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11월말~12월초 정기 사장단 인사때 '만60세 퇴진룰'을 암묵적으로 적용해 왔다. 요즘엔 다소 유연해졌지만 통상 만60세가 되면 CEO급 임원일지라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도록 조치해 왔다.

    그나마 1959년생인 이영호 사장이 만60세를 넘겨 올해까지 버틸 수 있었던 데는 그동안 일군 경영성과 등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삼성물산 건설부문 매출액은 3조1070억원으로 전년동기 2조8460억원 대비 9.2% 증가했다. 코로나19(우한폐렴) 사태속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감안하면 호실적을 낸 셈이다.

    다만 시기적 특수성으로 일부 프로젝트가 지연되면서 비용이 증가해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2.7% 줄어든 1240억원을 기록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4월에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을 수주하며 '래미안의 귀환'을 알렸고 곧바로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시공권을 따내면서 '왕의 부활'에 성공했다.

  • ▲ 지난 9월 수주한 방글라데시 '메그나갓 복합화력발전소' 서명식에서 당시 부사장이었던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DB
    ▲ 지난 9월 수주한 방글라데시 '메그나갓 복합화력발전소' 서명식에서 당시 부사장이었던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DB

    이같은 모멘텀에도 불구하고 이영호 사장이 연임에 실패한 까닭은 '만60세 룰' 영향과 함께 사법리스크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국민정서 등을 고려해 쇄신에 무게를 둔 인사결정을 내렸다는 얘기다. 

    현재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재판에 휘말려 기소된 전현직 임원중 부사장급을 제외한 현직임원중 한명이 이 사장이다. 

    일각에선 이 사장 연임여부가 갑자기 뒤바뀐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확정된 공식인사는 우리도 오늘 아침에서야 알았다. 일주일전에 갑자기 기류가 바뀌었다는 정확한 것은 사실관계가 아닌 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일축했다. 

    다른 일각에선 지난 10월말 '탈(脫)석탄'을 선언한 삼성물산이 신재생에너지 사업확대를 위해 선제적 승진인사를 감행한 것이란 견해도 있다.

    오세철 신임사장은 정통 해외건설 전문가로 재무통인 이 사장과 경영스타일이 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한국전력 컨소시엄은 우즈베키스탄 남부 수르한다리야주(州) 셰라바드에 추진하는 200㎿(메가와트)급 태양광발전사업 예비입찰자로 선정됐다. 앞서 지난 3월 실시한 예비입찰에는 총 54곳이 참여, 치열한 경쟁 끝에 11곳이 예비입찰자로 꼽혔다.

    올초 일본기업 2곳과 공동으로 따낸 1조9196억원 규모 방글라데시 '하즈라트 샤흐잘라 공항' 확장공사와 지난 9월말 7500억원 규모 방글라데시 '메그나갓 복합화력발전소' 수주에도 오 사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