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수주 릴레이 빛 바래기본급 인상·신입사원 채용·임금피크제 폐지 등 요구빈약한 수주에 노무리스크 겹쳐… 생산라인 차질
  •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연말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막판 선박 수주에 열을 올리던 와중에 나타난 암초다. 코로나19로 유독 업황이 좋지않은 한해였던 터라 노사간 갈등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 사업장이 부분파업으로 생산차질을 빚고 있다. 전남 영암에 위치한 현대삼호중공업 사업장은 컨테이너선, LNG선, 탱커 등 초대형 선박을 제작하는 곳으로 지난해 수주잔고 기준 세계 4위의 대형 조선사다.

    노조 측은 "5개월간 끌어온 임단협 교섭에 사측은 시간만 끌고 있다"며 "현대중공업 그룹사의 눈치만 살피며 오히려 파업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달 25일 1차 파업에 이어 지난 18일까치 5차례 걸친 부분 파업을 이어왔다. 하지만 노조가 제시하는 12만원 가량의 기본급 인상과 신입사원 채용, 임금 피크제 폐지 등을 두고 노사간 입장차는 크다. 회사 관계자는 "타 경쟁업체들도 올해 기본급 동결을 합의했는데 우리만 인상하는 건 쉽지 않은 협상"이라며 "여타의 노조 요구안도 코로나19로 경영상 어려움이 커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 ▲ 현대삼호중공업 영암 사업장 전경ⓒ자료사진
    ▲ 현대삼호중공업 영암 사업장 전경ⓒ자료사진
    문제는 계속되는 파업으로 생기는 생산 차질이다. 회사 측은 장기간 제작되는 선박 건조 특성상 중대한 차질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연말 몰아치는 수주실적에 찬물을 끼얹는건 분명해 보인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수주잔고는 지난해 기준 36척에 이르며 이달에도 30만톤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4척 등 11척을 추가 수주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지난해 인도실적은 총 35척이며 이번 파업에 연관된 생산중단 분야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5000억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빈약했던 상반기 실적에 이어 하반기 수주가 쏟아지는 현상으로 가뜩이나 일감쏠림 현상이 강한 조선업의 노무리스크는 점점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파업 참여자가 200여명 수준이라 큰 생산차질을 빚진 않을 것"이라며 "연내 협상타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