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생명·감수성 인식 결여…치명적 결격사유"민주당, 임명 강행 분위기국민의힘 "강행시 사법처리"
  •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막말과 낙하산 채용 특혜 논란과 관련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연합뉴스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막말과 낙하산 채용 특혜 논란과 관련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연합뉴스
    서민, 안전문제 등 현 정부 들어 주안점을 둔 분야에서 과거 부적절한 발언이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정의당의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거대여당이 '입법 독재' 비판에도 폭주를 멈추지 않는 상태여서 데스노트가 이번에도 위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24일 상무위원회의에서 "정의당은 인사청문회 과정과 국민의 뜻을 종합해 변창흠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으로 전날 열린 인사청문회에 직접 참가했다. 심 의원은 "변 후보자가 투기 근절 의지를 밝힌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발언이 단순한 말실수라고 보기 어렵다. 생명과 안전에 대한 저급한 인식과 노동 인권 감수성 결여는 국민 정서와도 크게 동떨어진 것으로 국토부 장관으로서 치명적인 결격사유"라고 설명했다.

    심 의원은 전날 청문회에서 지난 2016년 구의역에서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모(당시 19세)군의 어머니 육성을 튼 뒤 "생명과 인권 감수성이 박약하고 차별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절대 중요한 정책결정 자리를 내줘선 안 된다는 게 국민의 생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재난의 시대로, 고위공직자의 정책과 능력도 중요하지만,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을 지켜줄 수 있는 철학과 가치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 후보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던 2016년 한 회의에 참석해 김군 사망과 관련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만 조금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 위탁받은 업체 직원의 실수로 죽은 것"이라고 말한 게 알려져 비난을 샀다.

    데스노트는 정의당이 고위공직 후보자로 부적격하다고 판단해 지명철회를 요구할 경우 낙마로 이어지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3월 '아이러니'하게도 다주택자로 낙인찍혀 낙마한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문재인 정부 들어 여러 장관 후보자가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리며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번에도 데스노트가 이름값을 할지는 의문이다. 거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변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일 태세이기 때문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설령 야당 반대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임명권자가 임명을 강행한 선례가 있어 (데스노트가)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여당의 임명 움직임에 사법처리까지 거론하며 내정 철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변 후보자가) 김현미 장관의 실패한 정책을 답습하고 강화하는 정책 마인드를 가졌다"며 "임명을 강행한다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변 후보자의 위법을 사법처리 절차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편 국회 국토위는 이날 변창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여부를 놓고 여야간 격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오는 28일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결정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