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원단위 감소 상위 10곳 중 7곳, 각 섹터 수익률 상회 MSCI 조사결과, 전세계 ESG 등급 상위 30% 기업도 하위권 대비 우위 전문가 "환경·재무 요소 고려하면 매출 증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기업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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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국내 기업들의 생존 키워드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한 기업들의 수익률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증권가는 환경과 재무적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는 전략을 감안하면 이들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28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내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 원단위 감소 폭이 가장 큰 기업은 신세계다. 이어 LG전자, 오리온, KCC, 한국가스공사, 매일유업, 한국항공우주산업, 호텔신라, SK, 한온시스템 순이다.온실가스 배출 원단위란 온실가스 배출량을 경제활동 지표(매출액)으로 나눈 값이다.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1월 이후 온실가스 원단위 감소 상위 10개 기업들의 수익률을 살펴본 결과, 7개 기업이 각 섹터를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ESG가 수익률 상승을 온전히 대변할 수 있는 요인은 아니지만, 환경과 재무적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는 전략을 감안한다면 향후 매출액 증가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는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한 점이 탄력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탄소중립은 기업이나 개인이 발생시킨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만큼 흡수량도 늘려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제로)'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등을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꼽는다.이 연구원은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7위다. 경제규모(세계 12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편"이라며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 소비업종 비중이 높아 탈동조화 달성에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선진국들은 이미 경제 전반의 에너지 효율 개선, 저탄소에너지 보급 확대 등을 통해 경제는 성장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드는 탈동조화를 실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산업구조 재편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삼성, SK 등 국내 대기업들이 ESG 경영을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반도체(DS) 사업장의 평가 기준에 ESG를 적용하기로 했다. SK는 전사 차원에서 ESG 경영을 강조, 계열사 16곳에 ESG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한화는 유럽에서 비인도적 무기로 분류돼 투자가 금지된 분산탄 사업을 매각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절대적으로 높은 포스코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글로벌 기업들 역시 ESG에 대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전 세계지수(ACWI) 상위 시총 100개 기업들이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지속가능성, 환경, 기후를 언급하는 빈도수는 과거 5년 전 대비 크게 증가했다.ESG 등급이 우수한 기업들은 수익률 측면에서도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 7년간 ESG 등급 상위권 30% 기업은 하위 30% 기업 대비 이익 증가율과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기업들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 친화적 정책도 꾸준히 시현했다.또 MSCI가 2015~2018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변화와 시가총액 관계를 조사한 결과, 배출량을 적극 줄인 상위 30개사의 경우 시총이 2017년 대비 15% 증가했다. 반면 하위 30개사 시총은 12% 감소했다.아울러 시장 전문가들은 '탄소효율 그린뉴딜지수'도 많은 기업을 저탄소 경제에 동참시킬 것으로 전망한다.지난달 한국거래소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지수(DJI)와 공동으로 탄소 배출량에 따라 편입 비중을 조절한 탄소효율 그린뉴딜지수를 내놨다. 같은 산업군에서 매출액 대비 탄소 배출량이 적은 기업에 높은 가중치를, 많은 기업에는 낮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편입비중을 결정했다. 편입비중은 종목별 유동 시가총액에 탄소효율 가중치를 곱한 값으로 정한다.탄소효율 그린뉴딜지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덱스 펀드 등의 기초지수로 쓰이게 된다. 향후 이 지수 기반 운용자금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들이 투자 비중을 높이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유인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