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그룹 비전 2030 선포 無… 과거와 달라졌다코로나19 등 대외변수, 출점 제약 등 규제로 불확실성 커져현대百그룹만 비전 선포… 롯데·신세계 비전 달성 실패 부담도
  • ▲ 롯데백화점 본점.ⓒ뉴데일리DB
    ▲ 롯데백화점 본점.ⓒ뉴데일리DB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2021년이지만 유통그룹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등 주요 유통그룹이 ‘비전 2030을 선포’하지 않기로 하면서 앞다퉈 ‘비전 2020’을 선언하던 2011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출점만 하면 성장하던 과거와 달리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0년 뒤 청사진을 제시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올해 ‘비전 2030’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을 예정이다. 새해 시무식과 함께 ‘비전 2030’을 선포한 현대백화점그룹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실제 이는 과거와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분위기다. 롯데그룹은 2009년에 2018년 그룹 매출 200조원의 ‘비전 2018’을 발표한 뒤 2016년 이 목표를 2020년으로 연장한 바 있다. 이마트도 2011년 ‘비전 2020’을 통해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3조7000억원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단기 목표와 중장기 목표가 설정 돼 있지만 이를 외부적으로 선포하는 별도의 비전 선포식 과정은 거치지 않을 것”이라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과거에 비해 많이 커진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통그룹 전반에 타격을 줬다는 점도 주효했다. 롯데그룹, 신세계그룹의 사업 전반이 코로나19에 타격을 받아 실적 악화를 겪고 있고 올해도 이런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장밋빛 청사진 보다는 지금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데 총력을 모으고 있다는 설명이다.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섣부르게 목표를 제시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도 있다. 코로나19 등의 대외변수는 물론 유통산업발전법 등으로 출점 추진에도 변수가 커졌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과거의 경우 출점을 하면 출점 한 만큼 매출과 이익이 상승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폐점이 이뤄지는가 하면 출점 지연, 코로나19 등 예상하기 힘든 대외변수도 커졌다”며 “비전 선포를 하지 않는 것도 대외환경의 변화에 더욱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롯데그룹, 신세계그룹의 ‘비전 2020’ 달성 실패를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같은 환경의 현대백화점그룹이 ‘비전 2030’을 선포하고 나선 것도 유통그룹 중에서는 유일하게 비전에 근접한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백화점그룹은 ‘비전 2020’ 목표로 제시한 경상이익 2조원에는 못 미치지만 매출은 목표 20조원을 달성했거나 근접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반면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이 ‘비전 2020’에 크게 하회하면서 사실상 목표 달성에 실패한 상황. 여기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는 다소 부담스러웠으리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