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국민과 약속 차질없이 진행" 당부주요 사안 챙길 수 있지만… '신사업-대규모 투자' 신속 결정 불가능급변하는 산업 환경 감안시 오너 공백 따른 사업차질 등 타격 불가피내달부터 시작되는 불법승계 의혹 재판 등 잇따르는 사법리스크도 부담
  • 삼성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의 재상고 포기로 경영 불확실성을 맞게 됐다.

    신종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며 각종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지난 2017년 이후 다시 리더십 부재라는 초유의 위기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당장 이 부회장은 '옥중 경영'을 통해 주요 사안을 챙길 수 있겠지만 신사업 및 대규모 투자 결정은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재계에서는 최근 급변하는 산업 환경을 감안하면 오너 공백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한다. 이는 삼성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오너 공백이 현실화 되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사면이나 가석방 등을 통해 중간에 풀려나지 않는다면 삼성으로서는 내년 7월까지 총수 부재 상황이 이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삼성은 5년 만에 다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계열사별 자율경영을 해온 만큼 일상적인 업무는 사장이 결정하고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보고되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2월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지 않은 만큼 그룹 전반을 조율하는데 힘이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TF는 그룹 전반을 아우르는 결정을 내릴 만한 권한이 없어 일상적인 경영 이상을 지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만으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삼성을 둘러싼 위기는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오는 2월부터 경영권 승계 관련 새로운 재판이 새로 시작된다.

    경영권 승계 사건의 경우 국정농단보다 사안이 훨씬 복잡한데다 증거기록만 368권, 약 19만 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는 검찰과 변호인측이 기록 검토에 상당한 시간을 요구하기도 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국정농단 사건에 비춰볼때 이번 재판 역시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후에도 삼성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떨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계없이 투자, 고용, 준법경영 등 국민과의 약속은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전날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현석·고동진 사장 명의로 사내망에 게재된 글에서 이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투자와 고용, 사회적 책임을 다해 줄것을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수년간 삼성은 어려운 사정들이 있었지만 여러분들이 묵묵히 일하며 삼성을 지켜줘 감사드린다"며 "지금까지 그래 주셨듯이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한마음이 돼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더욱 자숙하면서 겸허하게 스스로를 성찰할 것"이라며 "지금 시간이 결코 헛되지 하지 않고 여러분과 함께 꼭 새로운 삼성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준법경영 실천 의지도 재차 보였다.

    준법위는 출범 당시만 자칫 '옥상옥'의 비효율적 견제장치로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제기되는 등 외부 시선은 곱지 못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준법문화 정착을 적극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삼성준법감시위원회와 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 경영진들은 지난 26일 간담회를 열고 준법경영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위원회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최고경영진과의 간담회에는 위원 전원 및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 최윤호 사장(CFO), 삼성SDI 전영현 사장, 삼성전기 경계현 사장, 삼성SDS 황성우 사장, 삼성물산 고정석 사장, 삼성생명 전영묵 사장, 삼성화재 최영무 사장이 참석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관계사 대표이사들은 각사의 준법경영 현황을 설명하고,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준법경영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김기남 부회장은 준법경영을 통해 삼성이 초일류기업을 넘어 존경을 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