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경제적 순기능 입증, 가격 효율성 유지·주가 버블 방지VS 불공정 거래세력 기승, 제도적 장치 미흡→투자자 손실 불가피 "공매도 금지, 한시적 상황 예외적 동원돼야"…효율적 규제안 필요
  • ▲ 은성수 금융위원장 ⓒ금융위
    ▲ 은성수 금융위원장 ⓒ금융위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하락기에 주가 급락을 부추기고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를 악용한다는 이유로 폐지론까지 주장한다. 그러나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더 이상 손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공매도의 순기능을 발현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격돌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공매도 금지 기간은 오는 3월 15일까지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주식시장이 불안해지자 작년 9월 15일까지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으며, 이후 6개월 추가 연장 조치를 내렸다.

    공매도 금지 조치는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 정부가 구사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수단 중 하나로 평가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급락장이 연출되면서 변동성 급증, 시장 불안 심리 증폭, 과도한 투매가 발생한 우려가 제기됐다. 당시 공매도의 순기능을 억제하더라도 주가 부양을 통해 투자 심리를 안정화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었다. 

    ◆오랜 기간 경제적 순기능 입증…"가격 효율성 유지"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싼 값에 사서 되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미래의 주가 하락을 예고해 주식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지만, 주가 버블 형성 방지 및 가격발견 효율성 제고 등의 장점이 있어 많은 국가들이 운영하고 있는 제도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경제적 순기능이 인정된 제도인 만큼 단순 규제 강화보다 실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공매도 규제를 재정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공매도 규제효과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에 따르면 공매도는 주식시장의 가격 효율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는 시장에 노출된 정보가 가격에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영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데, 기업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는 긍정적인 정보와 부정적인 정보를 모두 포함한다. 주가 상승은 신속히 이뤄지는 반면 주가 하락은 비대칭적으로 천천히 진행된다면 시장에서 불필요한 자금 흐름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가격 발견 기능 측면에서 공매도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시장 가격에 반영한다. 비이상적인 주가버블 형성을 차단해 주식시장의 잠재적 위험요소가 확대될 가능성도 억제한다. 장기적으로 주가 흐름이 기업의 펀더멘탈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매도가 가능하지 않더라도 주가는 결국 본질적 가치에 수렴할 것이란 시각이다. 

    ◆불공정 거래세력 기승, 제도적 장치 미흡→투자자 손실 불가피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공매도는 불공정 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고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주가를 단기간에 하락 시킬 수 있어 논란 대상이 되고 있다. 

    공매도는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작은 차입 비용을 통해 매도할 수 있는 레버리지 효과가 존재하기 때문에 투기적인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시장이 불안정하거나 변동성이 심한 경우 공매도가 인위적인 가격 하락과 시세 조종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으며, 실제 공매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이 가속화되는 역기능도 관찰된 바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금지 연장에 이어 폐지론까지 주장하는 이유다. 

    더욱이 한국 증시는 공매도 보고 및 공시 등 규제 수준이 높은 반면 불법 공매도에 대한 법적처벌 수준은 상대적으로 약소하다고 평가 받는다. 불공정 거래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데다 개인 투자자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 ▲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공매도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공매도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공매도 금지, 한시적 상황 예외적 동원돼야"…효율적 규제안 필요

    공매도 재개 여부를 두고 정치권의 입김도 거세지는 가운데 자본시장의 효율성과 유동성을 최우선 시 해야 할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 조치를 빈번하게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정연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조교수는 작년 11월 한국상사법학회가 발간한 '공매도 금지조치의 의의와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공매도 금지조치는 공매도가 가진 가격 발견 기능이나 유동성 공급 기능을 차단하면서까지 시장의 안정을 찾기 위해 비상한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동원되는 정책수단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조교수는 글로벌 사례 분석을 통해 "규제당국도 공매도의 장점이나 공매도 금지조치가 지니는 한계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정부는 미디어와 여론에 등 떠밀려 일종의 단기실적주의에 빠지게 되는 것이고, 다음 선거에서 투표권이 있는 소액 투자자들과 기업경영진들의 이익을 우선 고려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논리는 공매도가 다양한 순기능을 지니고 있지만, 위기의 순간 정책당국이 공매도 전면제한이라는 수단을 쉽게 선택하는 동기를 잘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공매도 거래 금지 등 극단적 방향성의 규제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제도 운영으로부터 실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공매도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작년 2월 '국내 주식시장의 공매도와 주가 위험에 관한 연구'라는 보고서를 내고 "공매도의 순기능을 배제하고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규제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공매도 규제가 상당히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관련 불공정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강력한 규제 속에서도 불법적 행위가 반복된다는 것은 그에 따른 제재가 취약하다는 것을 금융당국은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효율적 공매도 규제를 위해 일본 등 선진국 사례도 거론된다. 

    지난 2019년 3월 한국금융공학회가 발간한 '한국과 일본의 공매도 규제 효과 비교'에 따르면 일본은 공매도 제도의 순기능을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장치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2013년 11월 시행된 '공매도 규제 개선 종합대책'은 공표 후 약 8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쳤으며, 정부 주도의 경기부양책에 걸맞게 외국인 투자 자금 유치 가속화를 위해 공매도 제도를 크게 개선했다. 그 결과 공매도 비중이 크게 증가했으며 시장의 활성화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