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후 첫 흑자… 1조원대 추가 투자 결정전기차 시장 성장 맞물려 배터리 수익 본격화하반기 Gen 5 출시 등 연간 흑자전환 기대 '고조'
  • ▲ 삼성SDI 천안사업장. ⓒ연합뉴스
    ▲ 삼성SDI 천안사업장. ⓒ연합뉴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연간 흑자 달성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유럽 중심의 전기차 배터리 성장 지속과 헝가리를 중심으로 한 대응을 강화하면서다.

    특히 지난해 유럽 전기차 시장 확대에 탄력을 받은 삼성SDI는 올해도 헝가리 공장에 1조원에 달하는 신규 투자를 단행하며 생산능력 확대에 나선다. 증권가에서도 전기차 배터리 부문 흑자전환이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4일 삼성SDI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의 전진기지로 활용 중인 헝가리 공장이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삼성SDI의 100% 자회사 헝가리 법인(SDIHU)은 지난해 연 매출 1조8028억원, 영업이익 24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6304억원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뛰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 마이너스(-) 477억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7년 기존 PDP 디스플레이 공장을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교체한 뒤 첫 연간 흑자다.

    앞서 삼성SDI는 2016년 8월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북쪽으로 25㎞ 떨어진 괴드에 33만㎡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착공한다고 발표했다. 이곳은 삼성SDI가 2001년부터 PDP를 생산하던 곳이었다.

    2017년 준공 이후 첫 사업 실적은 눈에 띄는 수준이 아니었다. 2018년 매출은 627억원에 불과했으나, 당기손실만 1022억원으로 매출보다 컸다.

    2020년 들어 코로나19 상황에도 유럽의 친환경 정책 확대에 따른 보조금 상향 등이 이어지면서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며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에만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유럽 5개국에 등록된 순수전기차가 약 10만대로, 전년동기대비 462% 급증했다. 연간으로 보더라도 유럽에 등록된 순수전기차는 46만대로 전년대비 179% 늘었다.

    삼성SDI의 헝가리 배터리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은 BMW, 폭스바겐 등 유럽 메이저 고객사에 납품되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헝가리 공장에 1조원에 육박하는 신규 투자도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를 통해 4038억원을 조달하고 동시에 현지 금융권을 통해 4억유로(약 5384억원) 규모의 채무보증도 맡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30GWh 규모에서 최대 50GWh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향후 전기차 시장 성장 전망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전기차 플랫폼 전용 신차 출시가 본격화되고 미국과 중국의 연비 규제 및 전기차 의무 생산으로 전기차의 빠른 보급이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어 고성능 배터리 양산 기술을 보유한 기존 배터리 업체들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부진한 시장이었던 미국도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 환경규제안 정책 변화로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비중 확대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어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성장의 기울기는 지금의 예상보다 더 가팔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연합뉴스
    ▲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연합뉴스
    삼성SDI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유럽, 미국, 중국의 친환경 정책 아래 지난해 대비 약 80% 성장한 236GWh로 전망된다. 스트래티지앤은 전 세계 순수전기차 생산량은 지난해 약 240만대에서 2025년 1220만대로 다섯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SDI의 헝가리 공장 신규 투자는 올해 초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서도 예상된 바 있다.

    당시 삼성SDI 관계자는 "당분간 중대형 배터리 거점은 헝가리 중심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SDI가 헝가리, 중국(시안), 국내(울산) 외에도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새롭게 건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신규 거점을 면밀히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올해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연간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당초 지난해 4분기로 예상됐던 전기치 배터리 부문의 흑자전환 시기가 8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고객사 품질 이슈 관련 충당금 반영으로 다소 지연됐지만, 수요 성장의 방향성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헝가리 공장 외에도 시안, 울산 등에서도 수익성 중심의 공급 확대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Gen 3시리즈의 비중 확대로 인한 제품믹스 개선으로 수익성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하반기 선보일 하이니켈 NCA 기반 'Gen 5'의 경우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원가가 기존제품에 비해 20% 이상 절감이 예상되며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측은 "현재 모든 프로세스 검증을 마친 상태이며 양산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해 차질없이 안정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1분기 –62억원에서 2분기 162억원 흑자전환, 3분기 436억원, 4분기 796억원 등으로 본격적인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친환경 정책 강화로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고성능·고기능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 노력을 기울여 올해는 전기차 배터리 수익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 삼성SDI는 올해 매출 13조5761억원, 영업이익 1조643억원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전년 11조2947억원에 비해 20.1%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며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713억원에서 58.5% 증가하면서 '영업익 1조 클럽'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