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상생안 요청해놓고도 딴청업계 반발에 중고차상생협력위 발족 취소 시민단체 "소비자 불만과 혼란 가중" 반발
  • ▲ 교통연대의 중고자동차 시장 개방 촉구 성명서 발표 모습 ⓒ교통연대
    ▲ 교통연대의 중고자동차 시장 개방 촉구 성명서 발표 모습 ⓒ교통연대
    대기업의 중고자동차 시장 진출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 장관이 바뀐 중기부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는데다 정치권과 업계는 서로  ‘공 떠넘기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

    또다시 불필요한 소모전 양상이 되풀이되는 꼴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와 더불어민주당 내 을지로위원회, 완성차 및 중고차 매매 업계 등은 중고차 시장 개방을 놓고 아직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논의가 1년 넘게 공회전하는 사이 이해 관계자 입장 차는 오히려 더 커져가는 모습이다.

    지난달에는 중고차상생협력위원회 발족식이 돌연 취소 되기도 했다. 중고차 매매 업계가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대차 등의 시장 진출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둘러싼 갈등은 2019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고차 매매의 생계형 적합업종 보호 기간이 종료되며 대기업이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중고차 판매는 2013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6년간 대기업의 활동이 제한된 바 있다.

    2019년 11월에는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가 중고차 매매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일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중기부에 제출했다. 시장 규모가 커졌고, 소비자 편익을 고려해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시장 진입을 가로막을 수 없다는 취지였다.

    결정권을 쥔 중기부는 1년이 지나도록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동반위 입장을 받은 날부터 3개월, 연장 시 최대 6개월 이내 생계형 적합업종 여부를 지정 및 고시해야 하지만 심의위원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현대차 등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 업계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고 사업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는 중고차 시장 개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기부가 완성차 및 중고차 매매 업계에 상생 방안 요청을 몇 차례 했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을지로위원회까지 나서서 중재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사임한 박영선 전(前) 장관의 바통을 이어받은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중고차 판매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선정되지 않는 경우를 가정해 약자 보호와 상생의 방식들을 중재하는데 현실적인 방안이 아닌가 싶다”고 발언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결국 칼자루를 누가 쥐느냐를 두고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이미 상생방안을 추진한 것 자체가 대기업 진출을 허용한 것 아니겠느냐”며 “시장 개방의 윤곽이 드러나는데 결정과 발표가 없어 혼란, 갈등만 커지는 꼴”이라고 말했다.

    중기부 등이 업계 반발을 의식해 장고(長考)를 거듭하는 사이 소비자 불만은 쌓여가고 있다.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시민교통협회, 새마을교통봉사대 등 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교통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소비자는 외국과 같게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 ‘메기 효과’를 일으켜 정화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기부가 중고차 매매 업계 눈치만 보면서 판단을 미루는 사이 정치권까지 가세해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면서 “방치와 정보의 비대칭 구조로 소비자 피해만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 ▲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가 서울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한 모습. 사진 왼쪽부터 지해성 사무국장, 곽태훈 회장, 장세명 부회장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가 서울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한 모습. 사진 왼쪽부터 지해성 사무국장, 곽태훈 회장, 장세명 부회장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