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칼-홀딩스 독자경영… SK 최신원-최태원式지분율 취약 지배력 먼저 높여야적대적 M&A 불안 늘 잠복
  • ▲ 조동길 한솔홀딩스 회장.
    ▲ 조동길 한솔홀딩스 회장.
    3세 경영을 준비중인 한솔그룹의 분리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대체적인 전망은 "지배력이 낮아 먼 훗날 얘기"라는게 정설이다.

    한솔그룹은 장남 조동혁 회장이 한솔케미칼을, 삼남 조동길 회장이 한솔홀딩스를 맡는 사실상 독자경영 구조다. 

    조동혁 회장은 명예회장으로만 이름을 올려뒀을 뿐 한솔홀딩스 지분은 단 한 주도 없다. 2015년 지주사로 전환하며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사실상의 '한지붕 두가족' 체제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한솔케미칼로부터 한솔홀딩스로 이어지는 지분 4.31%만이 유일한 연결고리로 남았다. 

    심심찮게 계열분리 설이 돌지만 어느 한쪽도 선뜻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계열분리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더 낮아져 오히려 경영권이 위협 받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들 형제는 각각 주력사 지배력 강화와 후계 승계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배구조의 핵심이 되는 지분율 취약이 늘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조동혁 회장의 14.47%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한솔케미칼의 지분율은 15.2%에 그친다. 주식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3700억원(11일 종가 기준)에 규모다. 2조6000억원이 넘는 시가총액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의 지분율로 평가된다.   

    통상 일반 기업의 소규모 주주로 남는 국민연금도 한솔케미칼의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9월말 기준 13.74%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과는 지분은 0.73% 밖에 차이가 안난다. 

    현재 경영권 논란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상황은 언제나 급격하게 뒤바뀔 수 있다는 게 일각의 지적이다.
  • ▲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
    ▲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
    지배력 고민은 동생 조동길 회장도 마찬가지다. 조동길 회장 지분은 가장 최근 공시인 지난해 9월 말 기준 17.23%에 불과하다. 

    한솔케미칼(4.31%)과 한솔문화재단(7.93%) 등 특수관계자 몫을 모두 합해도 30.28% 수준이다. 취약한 지배구조로 곤욕을 치러 최근 2년간 추가 매입에 나선 결과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주총회에서의 경영권 위협은 늘 부담이다. 앞서 한솔홀딩스는 2019년 주주 환원을 요구하는 소액주주와의 표 대결로 곤욕을 치렀고, 적대적 M&A(인수합병)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이달말 열릴 주주총회의 핵심안건은 조 회장의 이사 연임이다. 한솔홀딩스의 사내이사는 총 4명인데 이 중 조 회장과 이재희 대표의 임기가 이달 만료된다. 문제는 취약한 지배력이다. 대표이사 교체 등 특별 결의사항을 방어하기 위한 33.3%를 채우지 못해서다. 

    한솔홀딩스가 3년 만에 연말 배당에 나선 배경도 지배력 강화 차원의 행보로 읽힌다. 

    한솔홀딩스의 배당이 반가운 건 누구보다 조 회장이다. 한솔홀딩스는 보통주 1주당 120원의 배당을 실시한다. 조 회장은 이번 배당으로 8억7000여만원을 챙길 수 있게 된다. 배당금 전액을 주식 매입에 사용한다면 지분율을 0.5% 가량 높아진다. 

    한솔 오너의 계열 분리 가능성이 꾸준하게 제기되지만 실제 얻을 실익은 크지 않다고 일각에선 평가한다. 현재 사실상 형제간 맡고 있는 영역이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선 "계열 분리에 나서더라도, 지배력 강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오너 일가 지분율이 높지 않은 데다 지분이 여러 군데로 분산돼있어 향후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의 표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솔 형제간 계열분리설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SK그룹의 최태원-최신원식 독자경영으로 보인다"며 "계열분리 보다는 그룹 그늘에 있는 게 더 좋은 상황이 아니겠냐"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