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수박 겉핥기식 셀프조사 한계"… 정의당 "축소·왜곡 발표"민주당 "감사원 조사 오래 걸려… LH는 일벌백계·공급대책은 그대로"책임론 커진 변창흠 "책임지고 수습·자리 연연 안해… 사의표명은 아직"
  • ▲ LH 광명시흥사업본부 압수수색.ⓒ연합뉴스
    ▲ LH 광명시흥사업본부 압수수색.ⓒ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정부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 1차 조사에서 7명의 추가 의심 사례가 드러났지만, 수박 겉핥기식 셀프조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이번 조사가 수사가 윗선으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막으려는 꼬리 자르기용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이 여전한 가운데 야당 일각에선 광명·시흥지구의 신도시 추가 과정에서 정보가 실시간으로 빠져나간 정황이 있다며 윗선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와 주목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직접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책임론을 언급한 상황에서 변 장관은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여러 안건 심사와 도심 복합개발 추진을 위한 특례법 제정 관련 공청회를 진행했다. 여야 의원들은 공청회를 앞두고 허락된 짧은 시간 동안 전날 합조단이 발표한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1차 전수조사에 대해 밀도 높은 질의를 쏟아냈다.

    야당은 합조단의 셀프·늑장조사가 맹탕조사로 끝났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이번 1차 조사를 통해 사태를 조기 진화하려는 정부 의도는 이해하지만, 수박 겉핥기도 이런 게 없다"면서 "경기 시흥 과림동만 봐도 잠잠하던 토지거래가 (신도시 발표를 앞두고) 급증했는데 정부 1차 조사결과는 전혀 그런 상황을 설명하지 못한다. 조사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추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커뮤니티에 한 달만 지나면 흐지부지될 거라며 글을 올리고 차명거래로 조사를 벗어난 LH 직원들은 (정부 조사결과를 보고) 비웃을 것"이라며 "정부의 셀프조사가 수사로 넘어갈 텐데, 이번 행위는 국기문란에 해당한다. 중립적·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감사원의 감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정부는 국토부와 LH 직원 1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3기 신도시 지역 투기 의심 사례를 조사한 결과 LH 직원 7명을 추가로 적발했다며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청와대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1차 자체 조사결과 땅 투기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직원은 없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공적 권한과 수단이 없는 시민사회단체가 13명의 의심사례를 찾아낸 반면 정부는 막대한 조사를 벌이고도 9일간 7명을 추가 확인하는 데 그쳤다"고 질타했다. 송 의원은 국토부·LH·지방자치단체 등 직원의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 등에 대한 2차 조사 일정에 대해 변 장관이 명확히 답하지 못하자 "요새는 전산망이 다 갖춰져 있고 빅데이터 분석도 좋아져 옛날처럼 현장을 가가호호 조사하지 않아도 조사가 가능하다"며 "국민은 (이번 LH 사태로) 허탈해하는데 정부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조사하는 것 같다. 이는 정부 의지의 문제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송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25번의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만 올려놓아 불신이 커졌는데 (설상가상) LH 투기 의혹이 터졌다"면서 "안에서부터 썩고 불법과 투기행위를 일삼는 정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정부 발표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사실이 호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어제 총리의 발표는 투명하고 정직하게 이뤄졌어야 했는데 아쉽다"면서 "의심 사례가 20명 있다고만 했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했다. 그는 "어제 (정 총리 브리핑 외) 배포된 보도자료 2개를 종합해보면 1차 조사에서 3기 신도시와 인접지역에서 땅과 주택을 산 사람은 총 169명이다. 이 중 토지 관련이 25명, 주택 관련이 144명이고 상속 등을 제외하면 20명이 의심 사례라는 얘기인데 부연설명 없이 20명이라는 숫자만 발표했다"며 "명단에 포함됐다고 해서 다 부패를 저질렀다는 건 아니라는 전제가 깔렸지만, 거꾸로 주택 관련 144명이 투기를 안 했다고 잘라말할 수도 없는데 (정 총리는) 딱 20명만 발표했다"고 축소 보고한 것 아닌지 의구심을 보였다. 이에 대해 변 장관은 "이번 조사결과는 조사 기간에 해당 지역에서 토지 등을 산 직원 명단만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며 "투기 의도를 가지고 샀는지 여부는 확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이번 LH 사태와 관련해 윗선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김 의원은 "변 장관은 지난번에 광명·시흥 택지를 올해 1월 검토했다고 답했는데 LH에서 후보지가 올라오면 최종 결정은 누가 했느냐"면서 "청와대와 협의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변 장관이 협의기관에는 "청와대도 있고 지자체도 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청와대 누구와 협의했느냐"고 다시 물었고 변 장관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고려할 게 많아 사안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소식통을 언급하며 "(변 장관이) 애매하게 피해간다. 지난 1월 장관은 (주택공급 방안에 대해) 도심지 역세권 개발을 주로 얘기하다가 갑자기 없던 신규 택지가 튀어나왔다"면서 "시흥시 과림동의 경우 누군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아 부랴부랴 농사지을 준비는 한 정황이 있다. 누군가 공적인 직위를 통해 얻은 정보를 도둑질한 거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참여연대 등이 제기한 LH 투기 의혹 직원 중 3명이 광명시흥본부에서 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들이 이번 '투기 카르텔'에 정보를 제공한 핵심축으로 의심되는 가운데 직무상 얻은 내부정보를 활용해 사적 이익을 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검찰 수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다시 말하면 김 의원은 광명·시흥 지역이 3기 신도시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국토부와 청와대 간 협의 내용이 LH 직원에게 실시간으로 유통된 루트가 있을 거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 ▲ LH 땅투기 의심 현장.ⓒ뉴데일리DB
    ▲ LH 땅투기 의심 현장.ⓒ뉴데일리DB
    여당은 정부 조사를 옹호하며 2·4 주택공급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은 "야당이 신속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정부를 못 믿겠으니 검찰·감사원을 통해 조사하자고 하지만, 이는 모순"이라며 "감사원이 조사하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걸 알면서도 다그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은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LH 사태와 관련해 특별검사 도입을 제안했고 당에서 전격 수용했다"면서 "특검을 위해 조사에 공백기가 생겨선 안 된다. (변 장관이) 조사가 진척되도록 해줘야 한다"고 정부의 대응을 지지했다.

    같은 당 문정복 의원은 "이번 문제를 일벌백계해야 하지만, 기존 2·4 공급대책은 국토부가 변함없이 추진해야 한다"며 "공급확대 방안 발표 후 시장이 다소 진정되는 양상을 보인다. 공급대책 차질로 다시 수급시장이 불안해지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혹자는 공공주도 방식이 신뢰를 잃었으니 민간주도로 가야 한다지만, 방치된 노후지역 개량은 공공이 안 하면 하세월이므로 당연히 공공주도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 문재인 대통령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뉴시스
    한편 이번 LH 사태로 변 장관 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변 장관은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변 장관은 이날 여당 홍기원 의원이 "총리가 LH 환골탈태를 말했는데 조직을 맡아봤던 사람이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안다"고 지원사격에 나서자 "LH가 다시 태어날 수 있게 책임지고 하겠다"면서 "그 역할이 충분하다고 평가되지 못했을 때 언제든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청와대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변 장관은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최근에 대통령한테 사의를 표명한 적 있느냐"고 물었을 땐 "아직 없다"며 "(사의 표명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판단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전날 정 총리는 변 장관 거취 관련 질문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심사숙고하겠다"고 언급했다. 정 총리는 "경찰에 수사 의뢰한 20명 중 11명이 변 장관이 LH 사장 재임 시절 땅 투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