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 중 이통3사 비중 63%마케팅 경쟁 자금 부족 및 요금제 경쟁력 갖추기도 어려워70% 수준 이통사 '도매대가' 부담… 구조 전환 절실 지적도
  • ▲ 알뜰폰스퀘어 단말기존.ⓒ뉴데일리 엄주연 기자
    ▲ 알뜰폰스퀘어 단말기존.ⓒ뉴데일리 엄주연 기자
    알뜰폰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동통신 3사 자회사 등 대기업의 자본 공세로 인해 가입자 쏠림 현상이 지속되면서 영세한 중소 사업자들은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세대(5G) 상용화 이후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 3사의 위상이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난 1월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전체 알뜰폰 가입자 수는 921만 5943명으로 전월(911만 1285명)보다 10만명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5G 알뜰폰 가입자는 6680명으로 전월(5905명)보다 775명 늘었다.

    애플의 '아이폰12' 시리즈 출시 이후 자급제 수요가 늘어나면서 알뜰폰 시장이 활성화된 것이다. 자급제폰을 구매하면 특정 요금제나 부가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사용하지 않아도 돼 통신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대기업 쏠림 현상이다. 알뜰폰 가입자 상당수가 대기업 계열사에 집중돼 있어 영세한 중소업체들은 가입자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월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 중 이통3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63%에 달했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비중은 지난해 말보다 7%포인트 줄어든 37%로 나타났다. 5G 알뜰폰 시장 역시 대기업 계열사가 주도하고 있다.

    중소 사업자들은 마케팅 경쟁을 벌일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 특히 5G 요금제에서는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 요금을 구성하는 요소인 통신사 도매대가가 평균 70% 수준이라 통신사 선택약정할인과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단말 수급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들어 중저가 5G 단말 라인업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저가·중고 단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도매 수량이 적어 제조사에서 판매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주력하는 3G와 LTE 상품과 비교해 5G 가입자 비중은 거의 없다"면서 "이통3사 자회사나 대기업 계열사들에 비해 중소사업자들의 가입자 비중은 더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통3사 계열사를 비롯해 대기업들은 사은품이나 프로모션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요금 부담을 낮추고 고객 혜택을 늘리면서 가입자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통3사 알뜰폰 사업자는 월 3~4만원대에 5G 유심 무약정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다. KT엠모바일의 경우 월 3만 9101원에 1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5G 슬림 M', LG헬로비전은 월 4만 4000원에 9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5G 라이트 유심 9GB' 등을 선보였다.

    알뜰폰 사업자 간 양극화 문제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이통3사 알뜰폰 사업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장점유율 등으로 이통 계열사의 알뜰폰 사업을 제한하는 방식도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도매대가 구조 전환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알뜰폰 업체가 요금제 상품 구성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종량제(RM)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에는 알뜰폰 요금제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방식의 수익배분(RS) 방식이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모회사 지원으로 파격적인 요금제를 감당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자들은 사정이 다르다"면서 "도매대가 가격 기준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