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회장 임기 시작… 對정부 소통 변화"규제 반발에서 규제 원인 살펴보자" 우회 전략ESG경영 통해 국민 내편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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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임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업 규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규제가 생기는 원인을 기업 내부에서도 찾아볼 필요가 있다는 인식으로 강대강 대치가 이어졌던 재계와 정부 관계가 개선될 지 관심이 쏠린다.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취임식 이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규제가 나온거지 규제만을 위해서 생겼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보장하면서도 실효성과 공정을 위해서는 규제가 일정부분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왜 규제가 나왔는지를 좀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이 왜 규제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라는 인식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그러면서 최 회장은 좀더 유연한 방식의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규제를 하지 말라고만 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고 올바른 방식도 아니다"라며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오해가 있다면 풀고 문제가 있다면 반영해 저희(기업) 행동을 고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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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의 소통방식은 그동안 규제에 강경 일변도였던 재계의 대응방식과 결을 달리한다. 받아들일건 받아들이고, 반대할 건 반대해야 한다는 기업인 특유의 기브 앤 테이크 방식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규제 3법이나 중대재해법, 노조법 등 숱한 정부여당과의 입법다툼에서 강경 대응이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최 회장은 정부나 국회와 좀더 유연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이익공유제 논쟁에서도 최 회장의 유연성은 드러난다. 그는 "협력하는게 좋다는 취지에서 시작됐고 협력에서 나온 산물을 쉐어(공유)한다는 게 좋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최 회장은 "그렇지만 그걸 법이나 룰로 만들었을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각론은 명확해야 한다는 신중한 태도로 협상폭을 넓히는 전략으로 보인다.이필상 고려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기업규제의 가장 모범적인 모습은 기업들 스스로가 원칙을 만들어 지키는 것"이라며 "최 회장은 기업들이 넘지 말아야 할 라인을 긋고 이를 준수함으로써 국민 신뢰를 회복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최 회장이 주창하는 ESG경영 역시 기업들 스스로 원칙을 세울때 이윤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최 회장은 "ESG는 내가 외쳐서 되는게 아니라 어짜피 세계적 트렌드였다"며 "사회적 가치인 친환경도 명확한 측정치로 수치화하면 경제적 가치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