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민간정비사업 기대감↑짧은 임기 및 여당과 부동산정책 기조 상충 등 변수로전문가 "정부 협조 어려울 것"… 일부 타협점 전망도
  • ▲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6층에 마련된 시장집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6층에 마련된 시장집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뉴데일리DB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하면서 서울 부동산시장도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간 오 시장이 부동산공약으로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내세워 온 만큼 '불장(시장 과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서울시장의 임기가 1년 남짓한데다 시의원 및 자치구청장 다수가 여당 소속이라는 점 등에 따라 실제 공약 시행에는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오 시장의 임기가 시작됨에 따라 서울 전역에서 민간정비사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그간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공공 주도의 정비사업을 앞세워 온 것과 달리, 오 시장의 경우 핵심 공약으로 민간정비사업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서울 재건축 추진 단지 등을 중심으로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노원구 상계동 소재 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오 시장이 선거기간 노원구 상계동 재건축 활성화를 직접 거론한 만큼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주민들의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 상태"라며 "정부의 규제로 안전진단이 보류됐던 단지들의 경우 재건축 재도전을 위한 준비에 착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 시장은 부동산 관련 공약으로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비롯해 주거지역 용적률 및 높이규제 완화 등을 앞세운 바 있다. 특히 최근 서울 전역에서 재건축 바람이 부는 가운데 오 시장의 당선으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이 같은 기대와 달리 일각에서는 공약 시행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이들은 1년 3개월 가량의 짧은 임기와 정부 및 다수 여당 의원과 오 시장간 부동산정책 기조 차이를 배경으로 꼽는다.

    정부 역시 오 시장의 부동산정책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은 상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기존 부동산정책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홍 부총리는 "주택공급은 후보지 선정, 지구 지정, 심의·인허가 등 일련의 행정 절차상 중앙정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2·4대책 등 주택공급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긴밀히 협력해 왔는 바 앞으로 이러한 상호협력이 더욱더 긴밀하고 견고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당장 오 시장의 부동산공약이 시행되기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을 내보이고 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기존에 발표한 부동산정책은 차질 없이 진행하겠지만, 이를 벗어나는 수준의 규제 완화에 대해선 쉽게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며 "국회의 과반수 이상이 여당 소속이고 오 시장의 임기도 1년 가량에 불과한 만큼 법제화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공약 시행을 위한 오 시장의 노력에도 크게 바뀌는 부분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김동환 한국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홍남기 부총리도 업무보고를 통해 부동산정책은 지자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어쨋든 부동산정책은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오 시장의 공약이 시행되려면 국토부와 서울시의회 등의 협조가 이뤄져야 하지만 민주당 소속이 대부분인 만큼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더욱이 1년 남짓한 임기 동안 공약 시행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자칫 빌 공 자의 공약이 되지는 않을까라는 우려도 있다"며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오 시장의 일부 부동산정책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고, 대선과 총선도 앞두고 있는 만큼 일부 타협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장 권한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오 시장이 내세운 민간 주도의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정책과 정부가 진행하는 공공 주도의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이 상생할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