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4개월 만에 확대경제장관회의 주재…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산업 점검"주도권 확보 위해 업종별 종합지원대책 수립… 투자현장 계속 방문할 것"일부 부처 기존 업무보고 내용 재탕에 그쳐… 보여주기식 이벤트 지적도
  • ▲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전략산업 챙기기에 나섰다. 1년4개월 만에 직접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반도체와 배터리, 조선·해운산업의 도약을 위해 종합적인 지원 전략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뒷북 경제현안 챙기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4·7 재·보궐 선거 참패와 최근 빨간불이 켜진 코로나19 백신 수급 문제, 가속하는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의 돌파구로 경제 챙기기에 부랴부랴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부 부처가 지원방안으로 들고나온 대응전략도 기존 업무보고 내용을 재탕하는 수준에 그쳤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는 반도체와 전기차, 조선 등 전략산업의 현 상황을 점검하고 지원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CEO들도 대거 참석시켰다.

    문 대통령은 먼저 반도체 산업에 대해 "핵심 국가전략 산업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우리가 계속 주도해 나가야 한다"면서 "지금 세계가 맞이한 반도체 슈퍼 사이클(초호황)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아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다각도의 지원방안을 수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세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앞당긴 비대면·디지털 업무환경의 변화로 반도체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을 불러들여 '반도체 회의'를 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자동차 산업에 대해선 "전기차 시장 확대로 이차전지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와도 같다.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종합적인 지원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관련해선 "정부는 기업과 협력하며 물량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반도체와 자동차 업계의 동맹을 통해 국산화율을 높여 나가겠다"고 했다.

    조선·해운 산업과 관련해선 "세계 경제 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를 도약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수주 물량을 차질없이 소화하기 위해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직한 숙련 인력의 복귀를 지원하고, 해운 재건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관계 부처에 △업계와의 소통 강화 △업종별 맞춤형 대책 △규제 완화 △투자 관련 세제 인센티브 개선 등을 주문했다. 이어 "저도 기업의 투자 현장을 계속 방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 반도체.ⓒ연합뉴스
    ▲ 반도체.ⓒ연합뉴스
    일각에선 이날 문 대통령이 1년4개월 만에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것을 두고 뒷북 전시행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부동산 정책의 거듭된 실패와 내로남불식 태도로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뒤 레임덕이 가속하면 남은 기간 국정운영이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고 보고 뒤늦게 경제 현안 챙기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설상가상 최근 코로나19 백신 수급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국정 운영 동력을 발굴해야만 하는 처지에 몰렸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반기업 정서와 친노동 성향의 정책으로 기업을 옥죄어왔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글로벌 기업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은 법인세율 인상을 비롯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을 밀어붙였고, 성장보다는 분배 위주의 경제정책을 펴왔던 게 사실이다.

    일부 부처가 발표한 대응전략도 이번 회의가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냐는 의견에 힘을 보탠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회의에서 해운산업 도약 지원방안을 보고했다. 국적선사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돕겠다는 내용이 골자로, 이를 통해 올해 말까지 해운매출액 40조원, 원양 컨테이너선 선복량 105만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해수부의 대응전략은 기존 업무보고 내용을 재탕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수부는 국적선사의 비용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효율 선박 건조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인 국적선사로 자리매김한 HMM(옛 현대상선)의 경우 선복량을 오는 2025년까지 112만TEU까지 늘린다는 복안이다. 해수부는 이를 위해 올 상반기 안에 미주 항로에 투입할 신조 컨테이너선을 발주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수부는 신조 컨테이너의 규모와 척수는 물론 중소·중견선사를 위한 정책금융 지원 규모 등을 제시하지 못했다. 해수부 한 관계자는 "투자계획이 아직 구체화하진 않았다"며 "앞으로 관계기관과 협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 ▲ HMM 오슬로호.ⓒ연합뉴스
    ▲ HMM 오슬로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