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몽구→정의선, 효성 조석래→조현준 변경공정위 "실질 지배력 행사"정몽준·구자홍·이준용·박삼구·이웅열 동일인 유지
  • 재계 3세 경영이 본격 시작됐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효성그룹은 '조현준'으로 각각 동일인을 변경했다. 창업주 이후 3세대가 경영전면에 나선 것이다. 동일인은 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총수’라고 볼 수 있다. 공정위가 매년 정하는 동일인은 공정거래법 적용의 기준점이다. 동일인을 기준으로 계열사 범위 등이 정해진다.

    최근 오너 3·4세로의 세대 교체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30대 그룹 총수의 3분의 1가량이 40~50대로 채워지고 있는 모양새다. 젊은 총수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재계도 혁신과 실용주의의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공정위는 29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71곳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은 40곳이다. 

    이들은 총수 일가 사익편취 금지, 상호출자금지, 순환출자금지 등의 규제를 받는다. 공정위는 매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한다. 올해엔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IT업종을 주력으로 하는 쿠팡, 카카오, 네이버, 넥슨, 넷마블 등이 새롭게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지분율, 경영 활동 및 임원 선임 등에서의 영향력 등을 고려해 동일인도 지정했다. 올해 현대차그룹과 효성그룹의 동일인이 바뀌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동일인(총수)에 이름을 올리면서 한국 재계 1~4위 총수들이 모두 40~50대로 교체됐다. 현대차는 2000년 9월 현대그룹에서 분리되면서 2001년 처음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정 명예회장이 처음 총수로 이름을 올린 이후 21년만에 총수가 바뀌게 됐다. 

    공정위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주력회사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지분 전부에 대한 의결권을 정의선 회장에게 포괄 위임한 점, 지난해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임원변동, 대규모 투자 등 주요 경영상 변동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이에 따라 명실상부한 '정의선 시대'의 본격 개막으로 해석했다. 이번 동일인 변경은 이러한 과정에 마침표를 찍은 절차인 셈이다. 지난해 10월 당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선임되고, 정 명예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예정된 수순으로 해석돼 왔다. 

    정 회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계승 발전시키는 한편, 미래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리더십 확보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 회장의 미래 사업 청사진은 크게 전동화와 모빌리티로 요약된다. 이 두가지는 그가 강조해온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이끄는 두 가지 핵심 축이다.

    지배 구조 개편 또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 회장이 지배 구조 개편과 연관이 있는 공정위로부터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순환 출자 구조 해소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대차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올해부터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정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29.9%) 가운데 10%를 매각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대주주 일가 지분 30%(비상장사는 20%) 이상에서 20% 이상인 모든 계열사로 확대된다.
  • 효성그룹이 총수도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변경됐다. 2017년 취임한 조 회장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앞서 효성그룹은 조 명예회장의 주식의결권(9.43%) 일부를 조 회장에게 위임하겠다는 내용의 서류도 제출했다. 조 명예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총수 역할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장남 조현준 회장이 지주회사 지분 21.94%, 3남 조현상 부회장이 21.42%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조현준 회장이 지주회사 ㈜효성의 최다출자자이며 조석래 명예회장이 보유한 ㈜효성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조 회장에게 포괄 위임한 점, 조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배구조 개편, 임원변동, 대규모 투자 등 주요 경영상 변동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이어 "경영권 승계 등 젊은 리더십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향후에도 동일인 세대교체를 지속 검토할 계획"이라며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신산업 출현, ESG라는 신경영 패러다임 대두 등 급변하는 환경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임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반면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은 그대로 동일인을 유지했다. 정몽준(현 아산재단 이사장) 전 현대중공업 회장, 구자홍 LS니꼬동련제련 회장, 이준용 DL 명예회장 등도 최대주주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점 등이 고려돼 변함없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