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인선 방향, 학계에서 현직으로 선회금융당국‧금융사, 박영석 원장 여론 우호적관료 출신, '순장조 꺼려' 금감원장 손사래
-
차기 금융감독원장 인사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면서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청와대는 금감원 내부와 여권 일각의 학계 출신 인사에 대한 반대여론을 감안해 기존 유력 후보 대신 새 후보군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차기 금감원장 후보군으로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과 김근익 금감원 수석부원장(원장 대행)을 고민중인것으로 전해진다.그동안 유력 금감원장 후보로 꼽힌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와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감원 노조와 금융위원회등의 반감이 커 후보에서 제외됐다.금감원장 후보로 새롭게 떠오른 김근익 수석부원장은 지난달 7일 윤석헌 금감원장이 퇴임한 후 원장 대행을 맡고 있다.김 수석부원장은 금융위원회 금융구조개선과장과 은행과장,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장, 금융현장지원단장, 국무총리소속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 부단장 등을 거쳐 금융위 산하기관인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지낸 바 있다.금융위 출신으로 금감원과 금융위 간 원활한 소통으로 갈등을 풀고,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만한 인물로 평가된다.반면 금융위는 김근익 수석부원장의 승진에 떨떠름한 반응이다.금융권 관계자는 “김 수석부원장이 금감원장이 되면 공석이 된 수석부원장 자리에 금융위 출신 인사를 보내야 하는데 현재 마땅한 인물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금감원 부원장은 금감원장 제청과 청와대 인사검증을 거친 후 금융위가 임명하는데, 수석부원장 자리는 금융위와 원활한 업무 연계를 위해 금융위 출신 인사가 주로 맡아왔다.수면 아래로 숨었던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이 차기 대선국면을 앞두고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다는 점도 금융위 출신 관료들이 금감원장 자리을 꺼려하는 이유로 지목된다.금융위와 금감원은 윤석헌 전 원장 재임 기간 키코(KIKO) 재조사, 사모펀드 사태, 특별사법경찰 출범 등 각종 현안마다 충돌하면서 갈등을 키워왔다.급기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윤 전 원장은 금감원 예산에 대해 금융위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며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들고나왔다.이에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감원 예산은 누군가의 승인과 감시 절차가 필요하며 금융위가 아니더라도 기재부나 국회 등 누군가가 하게 될 것”이라며 독립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바 있다.또 다른 후보로 떠오른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은 1960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취득 후 2000년부터 서강대 교수로 재직해왔다.금융위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 등을 맡았으며, 금융과 자본시장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이날 자본시장연구원장 임기가 끝난다.박영석 원장에 대한 금융권의 여론은 대체로 우호적인 편이다.금융권 관계자는 “박 원장은 금융당국과 업계에서 합리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박영석 원장이 이끄는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4월 ‘금융회사의 내부 통제: 쟁점과 전망’ 세미나에서 금융사의 내부통제 마련 의무를 금융사에 대한 처벌보다는 인센티브로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금감원은 라임‧옵티머스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들에게 중징계를 내리며 그 사유로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미흡(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자본시장법에 따른 부당권유 금지 위반 혐의 등을 들었다. 금융사들은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CEO를 중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자본시장연구원의 이 같은 주장은 금융당국의 ‘인적 제재’ 방식이 금융사들의 자율적인 내부 통제 기준 마련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감원 일각에서도 금융사와 최고경영자에 대한 중징계에 대한 근거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박영석 원장이 금감원장이 될 경우 금감원의 윤 전 원장이 취해온 제재 일변도 기조에 변화가 예상된다.한편 관료 출신들은 정권교체가 1년도 채 안 남은 상황이라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금감원장 자리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는 후문이다.금융권의 다른 인사는 “정권이 바뀌면 임기를 보장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 차라리 다음 정권에서 한자리를 맡고 싶어 할 것”이라며 “윤 전 원장이 벌려놓은 일을 뒤처리 하는 것에도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