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 M&A…약 4.4조원 추정 지난해 최대주주 올라선 이후 올해 과감한 M&A 추진 중상반기에만 야구단부터 패션플랫폼, 네이버 전략적 제휴까지
  •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신세계그룹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이 올해 유통업계 가장 큰 매물로 꼽히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사실상 승리를 확정하면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과감한 배팅이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신세계그룹이 올해들어 굵직한 M&A를 잇달아 성사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이마트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M&A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배팅한 4조40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금액은 역대 그룹 역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M&A로 평가된다. 이중 네이버의 투자를 제외한 신세계그룹의 배팅 규모만 약 3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신세계그룹은 지금까지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M&A에 참여해왔지만 주요 사업은 대부분 합작이나 직접 설립하는 방식을 추구해왔다. 인수한 기업의 경우에도 규모는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 중소기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신세계그룹의 투자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지난해 정 부회장이 이마트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다. 그는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지난해 9월 이마트의 지분 8.22%를 증여받으며 총 18.55%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 바 있다. 

    이후 정 부회장의 M&A 배팅은 본격화 되는 중이다. 지난 1월 SK그룹으로부터 야구단 SK와이번스를 1352억원에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유통사업과 야구경기의 컨텐츠 강화 전략을 그렸다. 이어 지난 4월에는 여성패션 플랫폼인 W컨셉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직후 진행된 요기요 인수전에도 참여한 상태다. 이베이인코리아 인수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만큼 최악의 경우에는 요기요의 인수전 참여도 남아있는 선택지다. 요기요는 신세계그룹을 인식해 본입찰을 일주일 미룬 바 있다.

    신세계그룹의 이번 M&A를 제외하면 가장 큰 배팅은 3월에는 네이버 25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이다. 정 부회장은 이 전략적 제휴를 위해 직접 네이버 사옥을 찾아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만나 사상 초유의 ‘반 쿠팡 동맹’을 결성하기도 했다.

    네이버와의 전략적 협력 관계는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의 해법이 됐다. 네이버는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가에서 약 20%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인수전을 두고 경쟁을 벌였던 롯데그룹보다 상대적으로 보유현금이 부족했던 신세계그룹이 과감한 배팅을 할 수 있었던 것에는 미리 제휴를 맺었던 네이버의 존재가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를 제외하더라도 정 부회장의 배팅은 시장의 기대를 크게 넘어섰다는 평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기존 유통 사업만으로는 앞날을 보장 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미래 성장동력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너가 유통업의 미래가 이커머스에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추진되기 힘든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에 대한 자금조달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은 향후 정 부회장의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마트가 최근 유형자산 처분으로 확보한 약 1조5000억원과 보유 투자자산 1조원 가량을 합쳐도 약 1조원의 외부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인수 후 시너지 발생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부분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은 최종 인수 가격과 이베이 운영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에 따라 주가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