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발표 후 주가 상승"… 檢 '인위적 조작' 주장에 반박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삼성물산에 불리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승계를 위해 인위적으로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 주가를 높이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췄다고 보고 있는데, 오히려 합병 발표 이후 삼성물산 주가가 상승한 결과를 낳으며 검찰 측 주장을 반박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1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은 지난 공판에 이어 '프로젝트-G'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전 삼성증권 팀장 한모씨에 대한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을 이어갔다. 한씨는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으로 2004년부터 2018년초까지 삼성증권에서 근무하며 '프로젝트-G'를 포함해 다수의 문건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한씨에 대한 신문은 이번이 일곱 번째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주가 조작이 있었는지에 관한 내용이 재판의 주를 이뤘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미래전략실 주도로 인위적으로 제일모직 주가를 올리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췄다고 보고 있다.

변호인단은 당시 건설업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이었던 만큼 무리해서 삼성물산 주가를 내렸다고 보기 힘들다는 취지로 신문을 이어갔다.

변호인 측은 오히려 합병 발표 후 삼성물산 주가가 5만5300원에서 6만3200원으로, 13%가량 상승한 추세를 증거로 제시했다. 당시 현대건설과 GS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의 주가가 약 10%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시장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씨는 "경쟁사에 어떤 이벤트가 있어서 같은 기간 주가 하락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부분이 없었다면 건설산업에 영향을 받는 것은 공통적"이라며 "반면 삼성물산에는 합병 자체가 주주들에게 긍정적 반응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업지수가 사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만큼 합병이 없었으면 주가가 다시 올라가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합병시기가 늦춰질수록 삼성물산에 더 불리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았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계열사 간 합병이 비계열사 간 합병보다 합리적,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 삼성의 지배구조를 다지기 위해서라도 합병은 필수적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백기사'로 등장했던 KCC가 처음부터 자사주 매각 대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2015년 6월 10일 주식시장 장 마감 이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세일) 방식으로 KCC에 자사주 전량을 6743억원에 매각했다. 삼성물산 자사주를 매입한 KCC의 의결권 행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 씨는 변호인이 "사측에서 자사주를 매수할 후보자로 KCC를 특정해 문건을 만들라고 지시한 적 있냐"고 묻자 "그랬던 기억은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