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회복세 줄어든 공급 탓에 유가 상승세 OPEC+ 증산 합의 지연에 변동성 커져2014년 이후 7년 만에 100달러 복귀 가능성
  •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국내 산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종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화에 따른 경기회복 효과를 온전히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 상승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브렌트유 가격은 전날 73.43 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2.20 달러를 나타냈다. 두바이유는 73.29 달러로 70달러선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브렌트유가 70달러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9년 5월 이후 2년여 만이다. WTI 역시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4분기까지만 해도 3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유가가 반년만에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가파른 유가 상승은 두가지로 요인으로 압축된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된 경제 활동의 회복과 이란 제재에 따른 원유 공급 감소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세계 경제가 미국과 기타 여러 국가의 대규모 재정 부양책에 힘입어 2021년 6%, 2022년에는 약 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 소비자의 개인저축은 소득의 18%이상에 달했는데, 1년 내 지출이 이뤄질 경우 미국 경제는 8% 이상 성장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1년 미국 소비자의 1위 소비 계획은 레저여행으로 조사돼 항공유를 비롯 자동차용 휘발유 및 디젤 수요 증가가 점쳐졌다. 

    또한 미국이 지난 2018년 핵 합의 위반을 이유로 대 이란 경제 제재에 나선 이후 이란의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원유 공급이 감소하기 시작한 점도 유가 상승에 일조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란 제재에 대한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일이 필요한 만큼 단기적인 유가 하락을 이끌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 산유국간 협의체인 OPEC 플러스(+)회의에 시선이 모아진다. 결과에 따라 유가 향방이 결정될 수 있어서다.

    OPEC+ 산유국들은 최근 두차례 회의를 통해 증산과 관련 합의에 나섰지만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앞서 OPEC+는 오는 8월부터 12월까지 매달 하루 40만 배럴 증산하고, 내년 4월까지인 기존 감산 완화 합의 기한을 8개월 연장하는 안에 대해 합의를 시도했지만 아랍에미리트(UAE)가 반대하는 상황이다. UAE는 점진적인 증산에 동의하지만 생산 쿼터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가 변동성도 커지면서 향후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2014년 이후 7년 만에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증산 속도가 느릴 경우 글로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공급 부족에 따른 유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글로벌 원유 및 가스 생산 업체들은 수요 감소로 업스트림에 대한 투자를 34%이상 축소했으며 현재도 재정상황 유지를 위해 계속 지출을 통제하고 낮은 수준의 투자가 지속되어 생산 속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강한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진단한다. 이미 많은 국가가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에너지 전환에 나서고 있으며 유가 상승은 여러 국가의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산업계는 유가 상승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당장 항공과 해운업계 등 물류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지난주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53센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0% 오르는 등 원가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연료비용의 경우 항공사 운영비용의 25~40%, 해운회사의 50~6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최악의 상황을 경험한 항공 업계는 항공요금 및 유류 할증료 인상 등을 검토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됐다. 

    정유업계도 유가 상승을 마냥 반길 수 없다. 국제유가와 달리 정제마진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판매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반비 등 원가를 뺀 가격인데, 1달러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업계에 의하면 이달 첫째 주 정제 마진은 배럴당 1.8달러를 나타냈다. 통상 적정 정제마진은 4달러로 평가되는데 1~2달러 수준인 현재 가격은 팔수록 손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은 수급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유가 상승분을 바로 반영하기 어렵다"며 "아직 뚜렷한 수요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원가 부담은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