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룡 '디즈니플러스(디즈니+)'가 11월 한국에 진출한다. 국내를 독점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물론, 토종 OTT와의 본격적인 경쟁에 따른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17일 월트디즈니 컴퍼니에 따르면 오는 11월 한국에서 디즈니플러스를 공식적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마블·픽사·21세기폭스·내셔널지오그래픽이 제작한 영화·애니메이션·다큐멘터리 등 8000여 편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북미, 유럽, 아시아태평양, 중남미 등 전세계 61개 국가에서 21개의 언어로 서비스 중이다.
디즈니플러스 구독자는 1억 1600만명으로, 오는 2024년까지 구독자가 최대 2억 6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OTT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넷플릭스(2억 900만 구독자)의 유일한 맞수로 거론되는 이유다.
실제 디즈니플러스의 올해 2분기 신규 가입자도 1200만명으로 넷플릭스(154만명)에 비해 9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넷플릭스의 올 상반기 신규 가입자 수는 550만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2600만명 대비 78%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국내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올해 1월 899만 3785명으로 치솟은 뒤로 3개월 연속 감소한 바 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망 사용료 지급)' 1심에서도 패소하면서 국내 이용자 이탈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망 사용료를 충당하기 위해 서비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미 넷플릭스는 지난해 세계 각국에서 요금을 인상하고 계정 공유를 막은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한국에서 무료체험 프로모션을 종료하기도 했다.
디즈니플러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국내 진출에 고삐를 당기는 모양새다. 디즈니는 지난해 12월 아시아 태평양 지역(APAC) 총괄 사장에 루크 강 전 북아시아 지역 총괄 대표를 선임했으며, 올해 3월 들어서는 한국지사 경영진을 교체한 바 있다. 또한 국내 이동통신 3사와 주문형비디오(VOD) 콘텐츠 공급을 순차적으로 종료하면서 출범을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국내 토종 OTT들도 디즈니플러스 출범을 마냥 손 놓고 보지 않겠다는 각오다. 웨이브, 티빙, 시즌 등은 자체 콘텐츠 강화를 위해 투자를 늘리고, 기업끼리 제휴를 통해 이용자들을 늘려나가고 있다. 웨이브는 오는 2025년까지 콘텐츠에 총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티빙은 JTBC·네이버와 손을 잡고 2023년까지 유료 가입자 800만명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KT 역시 최근 OTT 독립법인인 'KT시즌'을 설립하고,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디즈니플러스의 등장으로 국내 OTT 시장의 판이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 IP에 대응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디즈니플러스와 손을 잡을 유력한 국내 이동통신사는 LG유플러스가 점쳐진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8년 넷플릭스와 독점 제휴를 진행하면서 얻은 노하우가 십분 발휘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간담회를 통해 공개한 'IPTV 셋톱 일체형 사운드바'도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를 염두해 둔 서비스라는 해석이 나온다.
KT 역시 국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1위( 35.47%) 타이틀을 앞세워 디즈니플러스와의 물밑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달 출범할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만든 콘텐츠 해외 유통을 디즈니와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