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8월 소비자물가 2.6%↑, 3번째 연중 최고치5개월째 2%대 상승…4차팬데믹에도 외식물가↑한은, 물가전망 1.8%→2.1%…근원물가도 6개월째 1%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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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걀.ⓒ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6%로 두달 연속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4월부터 다섯달째 2%대 상승률을 보이는 가운데 5·7·8월에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가 남아 있어 달걀 등 농·축·수산물가격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특히 국제유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공업제품도 물가를 밀어 올렸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여파로 전세는 16개월, 월세는 15개월째 상승했다.정부는 기저효과가 풀리고 하반기 햇상품 등이 출하하면 물가가 안정될 거라고 했으나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을 기존 1.8%에서 2.1%로 올려잡았다. 물가의 장기적인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여섯달 연속 1%대를 유지해 하반기 소비자물가가 갑자기 뚝 떨어지진 않을 거라는 의견이 적잖다. 국민이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장기화에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4차 대유행에도 외식 물가가 위축되지 않는 모습이 눈에 띈다.2일 통계청이 내놓은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9(2015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 올랐다. 2012년 4월(2.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로, 올 들어 지난 5월에 이어 7월과 8월 연속으로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2%대 상승률은 지난 4월(2.3%) 이후 다섯달째 이어졌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9월 여섯달 만에 1%대 상승률을 기록한 뒤 넉달 연속 0%대 상승에 그치다 올 2월(1.1%)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품목성질별로 살펴보면 상품은 3.9%, 서비스는 1.7% 각각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7.8%)과 공업제품(3.2%)은 물론 그동안 줄곧 마이너스(-)를 보였던 전기·수도·가스(0.1%)도 두달 연속으로 상승했다.지난달에도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농·축·수산물이었다. 다만 지난 1월(10.0%) 이후 이어지던 두 자릿수 오름세는 7월 이후 한 자릿수 상승률로 둔화하는 모습이다. 달걀(54.6%), 수박(38.1%), 시금치(35.5%), 고춧가루(26.1%), 쌀(13.7%), 돼지고기(11.0%) 등의 상승 폭이 컸다.농산물은 1년 전보다 7.1% 뛰었다. 채소류는 내렸다. 내림 폭도 7월 -0.8%에서 지난달 -11.5%로 커졌다. 반면 축산물(12.5%)은 오름세가 여전했다. 달걀이 상승을 견인했다. 1월(15.2%) 이후 여덟달 연속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이다. AI 여파로 공급이 아직 원활하지 않은 탓이다. 정부는 달걀 가격 상승에 대응하고자 지난 6월 수입 물량을 7000만개로 확대했다. 가격 안정효과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지만, 오름폭은 7월(57.0%)보다 다소 둔화했다. 호박(-50.2%), 파(-32.9%), 배추(-30.2%), 고구마(-18.9%), 상추(-18.2%), 오이(-13.6%) 등은 가격이 내렸다.공업제품은 2012년 5월(3.5%) 이후 9년 3개월 만에 최대 상승했다. 석유류(21.6%)의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 지난해 3월(1.3%) 이후 처음으로 여섯달 연속 플러스(+)를 나타냈다. 오름폭도 7월(19.7%)보다 커졌다. 그동안 가격 하락을 이끌었던 휘발유(20.8%), 경유(23.5%), 자동차용LPG(25.3%) 등이 국제유가 상승 추세에 따라 급등했다. 침대(8.6), 주택수선재료(7.1%), 빵(5.9%) 등도 1년 전보다 상승했다. 반면 여자학생복(-74.4%), 남자학생복(-74.1%), 세탁기(-9.0%), 휴대전화기(-8.3%), 중형승용차(-2.8%), 가방(-2.6%) 등은 가격이 내렸다.전기·수도·가스는 상수도료(1.4%), 도시가스(0.1%)가 올랐다. 전기료(-0.4%)는 내렸다. 전기요금 할인이 축소되고 도시가스 요금 인하 효과가 사라진 영향이다.서비스 부문에선 공공서비스(-0.7%)는 내리고 개인서비스(2.7%)는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국제항공료(6.2%), 외래진료비(1.8%)는 오르고 고등학교납입금(-100.0%)과 휴대전화료(-0.7%)는 내렸다.개인서비스는 전달과 비교해도 0.5%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보험서비스료(9.6%)와 공동주택관리비(5.3%), 구내식당식사비(4.2%), 생선회(외식·7.4%)가 올랐다. 반면 학교급식비(-100.0%)와 병원검사료(-12.5%), 휴대전화기 수리비(-8.2%), 피자(-1.4%)는 내렸다.서비스 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2.8%)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7월 셋째 주부터 강화된 거리두기가 적용됐는데도 7월(2.5%)보다 오름폭이 컸다. 지난달 31일 통계청이 내놓은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7월 서비스업 생산은 상승 폭이 크게 둔화하긴 했어도 0.2% 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대면 중심의 숙박·음식점업(-4.8%)과 예술·스포츠·여가업(-5.5%)은 생산이 감소했지만, 감소 폭은 이전 코로나19 확산기와 비교해 줄어든 모습이었다. 이를 두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코로나 4차 확산으로) 음식·숙박 등 대면서비스업 영향이 불가피했지만, 이전 확산기에 비해 감소 폭이 확연히 줄어들며 서비스업 생산이 증가세를 지속한 점이 눈에 띈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한은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2.5로 전달보다 0.7포인트(p) 낮아졌다. 두달 연속 하락했으나 7월(-7.1%p)보다 내림 폭은 크게 둔화했다. 한은은 "8월에도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2000명을 넘었지만, 7월보다 소비자심리지수 하락 폭이 줄어든 것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됐기 때문인 것 같다"고 추정했다. -
- ▲ 주유소 모습.ⓒ연합뉴스
집세(1.6%)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2017년 8월(1.6%)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전세(2.2%)와 월세(0.9%) 모두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임대차 3법 시행과 맞물려 전세는 지난해 5월 이후 16개월 연속, 월세는 15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오름폭도 꾸준히 커지는 모습이다.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07.9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상승했다. 2017년 8월(1.8%) 이후 4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지난 3월 넉달 만에 1%대로 반등한 후 여섯달 연속 1%대를 유지했다. 오름폭도 커지고 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07.57로, 지난해보다 1.3% 올랐다. 2018년 6월(1.3%)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지난 3월 반등 이후 여섯달째 상승세다.체감물가를 파악하려고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108.80으로, 1년 전보다 3.4% 급상승했다. 식품(4.2%)과 식품 이외(3.0%) 모두 올랐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3.1% 상승했다.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4.1% 오르며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생선·해산물 등 신선어개(1.2%)와 신선과실(27.3%)은 오르고 신선채소(-11.6%)는 내렸다. 전월과 비교하면 신선어개(-0.5%)는 내리고 신선채소(11.9%)와 신선과실(7.6%)은 올랐다.지역별 등락률을 보면 전북·제주(3.3%), 강원(3.1%), 경북(3.0%), 대구·광주·울산·충북·충남·전남(2.9%), 경기·경남(2.8%), 인천·대전(2.7%), 부산(2.4%), 서울(1.9%) 등 모든 지역에서 상승했다.인플레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애초 정부는 올 2분기 코로나19 쇼크에 따른 기저효과로 말미암아 물가가 2%를 일시적으로 웃돌겠으나 하반기부터 기저효과가 빠지고 햇과실 등이 공급되면 연간으로는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돌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했었다. 7월 소비자물가가 5월에 이어 두달 만에 다시 연중 최고치(2.6%)를 찍은 것은 불볕더위로 가축 폐사율이 높아져 축산물 오름세가 다시 확대된 것이 반영됐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한은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종전(5월) 1.8%에서 2.1%로 0.3%p 올려잡았다. 하반기에만 2.4%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한은 물가안정목표(2.0%)를 웃도는 것이다. 내년 물가도 1.4%에서 1.5%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물가가 2%를 넘으면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를 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