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 및 러시아 등 10개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11월에도 기존 증산 속도를 유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급등했다.
4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에 비해 1.74달러 상승(2.29%)한 77.62달러에, 중동산 두바이유는 1.49달러 오른 77.1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거래일대비 1.98달러 증가한 81.26달러에 거래됐다.
WTI는 2014년 11월 이후 약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브렌트유도 2018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OPEC+는 이날 장관급 화상회의에서 다음달에도 하루 40만배럴씩 증산하기로 한 기존 합의를 유지하기로 했다.
OPEC+는 회의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현재 석유 시장 펀더멘탈과 전망에 대한 합의에 따라 예정대로 11월 증산량을 하루 40만배럴로 결정했음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 등 주요 석유 소비국이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추가 증산을 요구했으나, 현 증산 속도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백악관 관계자들이 OPEC과 유가 관련 논의를 해왔다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자 해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OPEC+ 한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우리에게 더 많은 생산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면서도 "우리는 코로나19의 4차 물결이 두렵고, 누구도 큰 움직임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OPEC+는 970만배럴이었던 하루 감산량을 7월 580만배럴까지 줄인 뒤 8월부터 매일 40만배럴씩 증산하고 있다.
서드 브릿지의 피터 맥날리 글로벌 원자재 담당 대표는 마켓워치에 "OPEC+ 산유국들은 2022년까지 수요가 완전히 회복될 것으로 보고 시장에 공급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다"며 "이번 결정으로 원유 재고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지난 15개월간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었다"며 "2020년 6월 고점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원유 및 정제품 재고는 5년 평균치를 9% 이상 웃돌았으나, 올여름에는 5년 평균치를 6% 넘게 밑돈다"고 부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유가 상승이 경기 재개에 따른 수요 증가를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완제품 가격 인상을 유발해 경기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중국마저 석탄 부족에 따른 전력난에 휩싸인 상황에서 유가 랠리가 지속되면서 전 세계 인플레이션을 압박하고 있다.
한편 OPEC+의 다음 회의는 11월4일로 예정됐다. 전문가들은 다음 회의에서 변화하는 수요-공급 전망을 반영해 원유 생산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