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등 미래 모빌리티 속도아이오닉5·EV6 히트지배구조 전환·품질이슈·GBC 등은 숙제로
  •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1주년을 맞이한다. ⓒ현대차그룹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1주년을 맞이한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정 회장은 취임 후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면서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다만 지배구조 개편을 비롯해 차량 품질 이슈,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신축 등은 남은 숙제로 꼽힌다.

    정 회장은 1999년 현대차에 입사해 2003년 기아 부사장, 2005년 기아 사장, 2009년 현대차 부회장을 역임했다. 2018년부터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을 맡아 왔고 지난해 10월14일 회장으로 선임됐다. 현대차그룹을 출범 10년만에 세계 5위의 자동차그룹으로 성장시킨 정몽구 회장은 그룹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정 회장은 취임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수소연료전지를 자동차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활용해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으로 자리잡게 할 것”이라며 “로보틱스,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스마트 시티 등을 빠르게 현실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친환경시장 지배력 확대 △미래기술 역량 확보 △그룹 사업 경쟁력 강화에 본격 착수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아이오닉5(현대차), EV6(기아) 등 전용 전기차를 출시했고 제네시스 GV60도 최근 글로벌 공개했다. 이들 차량에는 모두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인 ‘E-GMP’가 탑재됐다. 올해 4월 출시된 아이오닉5는 9월까지 1만4592대로 테슬라 모델Y(8465대)·모델3(7784대)에 앞섰다. 8월 선보인 EV6도 두 달 동안 4058대가 판매됐다. 

    현대차는 지난달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IAA 모빌리티 2021’에서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완성차 중 전동화 모델의 비중을 2030년까지 30% 2040년까지 8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이 전동화에 속도를 내면서 일각에서는 향후 테슬라와 함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양분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놨다.  
  • ▲ 현대차그룹이 최근 공개한 '공장 안전서비스 로봇' ⓒ현대차그룹
    ▲ 현대차그룹이 최근 공개한 '공장 안전서비스 로봇' ⓒ현대차그룹
    또한 정 회장은 로보틱스, UAM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2019년 타운홀 미팅에서 정 회장은 “그룹 미래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6월 미국 로봇 전문 업체인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Inc.) 인수 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총 지분율 80% 중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에 정 회장도 사재를 투자해 20%를 확보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이후 첫 번째로 협력한 프로젝트인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을 공개했다. 이 로봇은 산업현장의 위험을 감지해 안전을 책임지며, 기아 오토랜드 광명 내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모빌리티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 올해 4월 ‘TaaS’ 본부도 신설했다. Taas 본부는 모빌리티 서비스의 전략 수립부터 기획·개발·운영까지 전담한다. 정 회장은 TaaS 본부장에 송창현 포티투닷(42dot) 대표를 영입했다. 송 본부장은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네이버랩스 설립을 주도하는 등 IT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MK 시대에는 양적 성장이 중시됐다면 정 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미래 모빌리티로의 전환이 시도되고 있다”면서 “정 회장이 부회장 시절에는 미래분야 기술 업체와의 지분투자, 협업에 주력하면서 큰 그림을 그렸다면 회장 취임 후에는 그림에 색깔을 입히면서 미래 비전을 구현해 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 ▲ 올해 1월 리콜을 받은 코나EV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대구 달서소방서
    ▲ 올해 1월 리콜을 받은 코나EV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대구 달서소방서
    한편, 정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지 못했다. 지난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지만 무산된 이후 현재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에 3년전과 비교해 낮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 초기에는 지배구조 개편을 강조했지만 현재 임기 말이 되면서 언급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말했다.  

    품질 이슈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거론된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현대차그룹의 모든 활동은 품질과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코나 EV 배터리 화재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지난 3월 베터리 제작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국내외 7만여대를 리콜했다. 

    정 명예회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GBC도 2014년 10조5000억원에 한전부지를 매입한 지 7년이 지났지만 터파기 공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초 105층으로 짓는 계획으로 인허가를 받았지만 최고 높이를 50층 등으로 낮추고 건물 개수를 늘리는 방향의 설계변경을 검토하면서 GBC 신축이 지연되고 있다. 

    고 센터장은 “정 회장이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UAM,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에서 수익을 낼 수 있어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