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보 해체 결정 감사착수… 결정 법적근거 들여다본다전문가들 "해체결정 편향됐다"… "비용편익분석 보고서 감사해야"경제성조작 의혹 등은 감사 제외… 뒷북·봐주기식 감사 우려도
  • ▲ 물 가득 찬 세종보.ⓒ연합뉴스
    ▲ 물 가득 찬 세종보.ⓒ연합뉴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금강·영산강 보(洑) 해체·상시개방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감사원의 감사 착수가 뒷북이긴 하나 의미가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다만 감사원 감사가 환경부의 보 처리방안이 법적 근거를 갖춰 이뤄졌는지에 집중될 것으로 보여 4대강과 보 관련 논란을 종식하기엔 미흡할 거라고 우려한다.

    알려진 바로는 감사원은 최근 공익감사를 청구한 4대강국민연합에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에 대한 감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회신했다. 4대강국민연합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대표로 있는 단체다. 4대강국민연합은 지난 2월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문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하려고 멀쩡한 보를 철거하라고 결정했다며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물관리위원회는 올 1월 환경부 산하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제시한 방안에 따라 세종보와 죽산보는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감사원은 기획위원회의 민간위원이 4대강 사업 반대론자로만 위촉됐다는 4대강국민연합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기획위원회의 법적 근거 미비 문제는 들여다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이 기획위원회가 법적 근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보 처리 방안을 제안했다고 판단하면 정부의 보 해체·상시개방 결정의 정당성도 훼손될 수 있어 주목된다.
  • ▲ 금강·영산강 보 해체 철회 촉구 기자회견.ⓒ연합뉴스
    ▲ 금강·영산강 보 해체 철회 촉구 기자회견.ⓒ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일단 감사원의 감사 착수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늦긴 했으나 감사원의 결정은 긍정적이라 생각한다"며 "(현 정부의) 보 해체 결정이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만 "공익감사를 청구한 지 오래된 것으로 안다"며 이번 감사가 봐주기식 감사로 흐를지 우려된다고 했다. 통상 공익감사 청구는 접수 후 한달 안에 착수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이번 건은 2월에 청구가 이뤄지고 나서 9개월 이상 지나 사실상 정권 말기에 감사 결정이 내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감사원이 정권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기획위원회의 비용편익분석이 사기 수준이어서 이번에 반드시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해당 비용편익분석은 방법론은 물론 여론조사도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번 공익감사에서 경제성분석과 관련해선 감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감사원은 환경부가 보 유지관리비를 부풀리고 소수력 발전 효과를 낮추는 등 경제성을 조작했다는 청구인측 주장에 대해 "환경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표준 지침에 따랐다"며 "(제기된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당 항목을 종결처리 했다. 또한 '보 해체 여부를 결정하면서 경제성 분석을 근거로 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해체사업 타당성 평가 방법이 별도로 마련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사업에 적용하는 경제성 분석을 활용해 보 해체 여부를 판단한 것은 위법·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감사원의 뒷북 감사가 현 정부의 보 해체 결정이 정치편향적으로 이뤄졌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긍정적이지만, 4대강·보를 둘러싼 논란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거라고 지적했다. 서동일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MB(이명박) 정부 때 4대강 관련 진단과 평가를 제대로 했느냐 하면 그렇지 못하다"면서도 "그렇다고 보 해체를 시민사회단체 위주로 결정하면서 역시 검증도 없이 부실하고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수질 중 녹조문제가 심각한데 물을 가두면 녹조는 생길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낙동강·금강·영산강이 하굿둑으로 막혀 있어 보를 해체하고 물길을 터줘 봤자 상류쪽 문제가 하류쪽으로 내려가는 것 외에는 바뀌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오염물질 유입은 그대로인데 보를 해체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의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서 교수는 "낙동강은 (녹조 문제가) 과거 달성보에서 강정고령보 쪽으로 이동한 것뿐이고, 금강권도 세종보와 부여보를 비교하면 부여보 수질이 좋아졌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며 "문제가 공간적으로 이동해 아래쪽으로 간 것뿐"이라고 부연했다. 4대강 보와 하굿둑을 모두 트면 하천의 문제는 해결돼도 연안에는 영양물질이 그대로 쌓여 나중엔 바다의 적조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는 게 서 교수의 설명이다.

    서 교수는 "오염원이 유입되지 않으면 물을 가둬도 상관없다"며 "애초 오염원을 어디까지 줄일 건지, 처리장은 얼마나 짓고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예산은 얼마나 들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봤어야 하지만, 4대강 정책이 예나 지금이나 (정치적으로) 결론을 정해놓고 끼워맞추기 식으로 이뤄지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이번 감사원 결정은 (보 해체 결정 과정이) 뭔가 편향돼 있다는 시그널은 분명하다"고 의미를 부여한 뒤 "다만 과거 경험을 비춰볼 때 이번에도 (감사원 감사가) 과학적 근거 없이 한 번 흔들고 지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피로감이 쌓였지만, 원점에서 하는 게 맞는데 담당자 다 바뀐 뒤에 감사원 발표만으로 대충 넘어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 ▲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4대강 보 해체를 둘러싼 논란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계속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4대강 보의 수문 개방을 지시했다. 그러나 환경부 조사에서 보를 개방한 뒤 되레 수질이 더 악화한 경우가 나타나면서 정치논리로 보 해체를 밀어붙인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환경부는 지난 4월13일 금강·영산강·낙동강 등에서 개방한 11개 보를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지켜본 결과를 공개했다. 환경부는 보 개방으로 물이 머무는 시간이 최대 88% 짧아지고 물살은 최대 813% 빨라지면서 물흐름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강의 경우 모든 보에서 녹조가 개선된 것은 아니었다. 백제보의 경우 엽록소의 하나로 녹조를 보여주는 클로로필-에이(Chl-a) 농도가 개방 전(2013~2016년) 42.8㎎/㎥에서 개방 후(2018~2020년) 46.6㎎/㎥로 오히려 9%쯤 악화했다.

    저층빈산소(저층 산소 부족)는 보 개방 후 발생하지 않거나 빈도가 줄었다. 저층빈산소는 용존산소가 ℓ당 2㎎ 이하인 상태를 말한다. 하천 저층에 용존산소가 부족하면 수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완전 개방 시기에 저층빈산소가 관측되지 않았다. 낙동강 하류 달성·합천창녕보에서도 부분 개방 후 발생 빈도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금강 세종·공주보에서는 보 개방 이전에도 저층빈산소가 발생하지 않았고, 환경부가 예로 든 백제보도 해마다 발생현황이 들쑥날쑥했다. 영산강 승촌보와 죽산보, 낙동강 강정고령보는 보 개방 이후 저층빈산소 발생빈도가 줄어든 건 맞지만, 보를 개방한 뒤에도 저층빈산소는 발생했다. 박 교수는 "보를 개방했더니 지표가 개선됐다면 왜 낙동강과 영산강에선 되레 늘어나기도 했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따져 물었다.
  • ▲ 지난 4월 환경부가 발표한 금강수계 보 및 유입 지류 유기물·영양염류 등 추이.ⓒ환경부
    ▲ 지난 4월 환경부가 발표한 금강수계 보 및 유입 지류 유기물·영양염류 등 추이.ⓒ환경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