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4대강 사업 적폐 몰이… 집중호우 때마다 4대강 치수 기능 재조명극한호우에 공주 지역 침수… 주민들 "4대강 준설 덕에 저지대 피해 줄어"尹대통령 "하천 준설 정비 제대로"… 지천·지류사업 필요성 공감대 확산전문가 "처리장 건설이 능사 아냐… 소하천부터 원인 해결·장기계획 필요"
  • 집중호우와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호우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강이 범람하고 넘친 물이 지하차도를 덮치면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재조명과 함께 후속 사업으로 지류·지천 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더불어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한 물관리 일원화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여당에선 수자원 관리를 다시 국토교통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견해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뉴데일리경제는 '포스트 4대강' 사업에 대한 이슈들을 폭넓게 다뤄볼 계획이다. <편집자 註>
  • ▲ 물 가득 찬 세종보.ⓒ연합뉴스
    ▲ 물 가득 찬 세종보.ⓒ연합뉴스
    4대강 사업과 지류·지천 정비의 필요성은 집중호우로 물난리가 날 때마다 등장하는 뜨거운 감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MB(이명박) 정부에서 역점을 두어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의 대표적인 기능 중 하나가 바로 홍수와 가뭄 피해를 막는 치수(治水)기능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20년에도 50일이 넘는 역대 최장기 장마와 집중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물난리가 나면서 4대강 사업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컸다.

    당시 야당과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을 지류·지천으로 확대했더라면 물난리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거라며 정부를 성토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이념으로 4대강 사업을 소위 적폐 몰이하면서 보(洑)를 개방하는 바람에 물 바닥의 식생 환경이 달라지면서 물 흐름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4대강의 보 해체를 둘러싼 논란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계속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4대강 보의 수문 개방을 지시했다. 그러나 환경부 조사에서 보를 개방한 뒤 되레 수질이 더 악화한 경우가 나타나면서 정치논리로 보 해체를 밀어붙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2020년 8월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댐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 전문가와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한다"며 "(장마와 폭우로 발생한 전국적 피해가) 4대강 보가 홍수조절에 얼마나 이바지하는지 실증·분석할 기회"라고 시간을 끌었고, 당시 여당과 환경단체는 보 설치 이후 상·하류 수위 차가 생겨 수압이 증가한 탓에 경남 창녕군 지역의 낙동강 제방이 무너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금강·영산강 보 해체 철회 촉구 기자회견.ⓒ연합뉴스
    ▲ 금강·영산강 보 해체 철회 촉구 기자회견.ⓒ연합뉴스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의 치수 기능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인정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견해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4대강 보 해체에 예산과 인력을 낭비했지만, 결론은 가뭄과 홍수 방지, 수질 개선을 위해 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면서 "생공용수와 농업용수를 강에서 끌어와 사용하고 그곳에 다시 버려야 하는 '문명강'에서 댐과 보는 필수다. 현재 미국에 250만 개쯤의 댐과 보가 있다는 게 이를 입증한다"고 말했다.

    이번 집중호우는 중·남부지역에 집중돼 큰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17일 국민의힘 당 지도부는 충남 공주 옥룡동·이인면 등 침수지역을 현장 방문해 피해 현황을 점검했다. 공주시 건설과 하천관리팀 한 관계자는 "침수 마을은 저지대에 해당하지만, 60~70년을 사신 어르신들도 이런 많은 비는 처음이라고 하신다. 과거 1987년 호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배수펌프장이나 금강빌라까지 물이 찬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인면의 경우 금강 지류인 용성천이 금강 본류에서 200~300m밖에 안 떨어져 있다. 마을이 금강 본류보다 낮은 곳에 있는데 만약 4대강 사업으로 하천을 준설하지 않았다면 이번에 더 큰 피해를 봤을 게 불 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호우에도 4대강 사업의 효과로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도 4대강 지류·지천의 정비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모두발언 생중계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미호강은 애초부터 수위가 정말 높았다"며 "하천 준설 정비를 제대로 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포스트 4대강 사업인 지류·지천 정비사업을 체계적으로 계속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당정이 전 정부에서 적폐로 몰았던 4대강 사업의 치수 기능을 제대로 살리기 위한 지류·지천 정비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지난 2018년 수자원 확보와 치수를 관리하던 국토부의 수자원정책국이 물관리 일원화 명목으로 환경부로 이관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물관리 업무를 규제 성격이 강한 환경부로 넘기면서 지방 하천 정비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적잖다.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대통령실
    전문가는 지류·지천 정비의 경우 사업의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동일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4대강과 보 설치의 취지를 살리려면 소하천에서부터 시작해 중간 규모, 대하천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풀빵 찍어내듯이 처리장을 건설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면서 "(마을과 가까운) 주요 하천·지천별로 수질·수량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장소와 요인(논·밭 혹은 축사 등)을 찾아내고 근본적인 원인부터 치료한 뒤 조금씩 사업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자칫) 자원과 예산을 소모하며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벌이듯이 사업을 진행해선 결코 안 된다"면서 "단기부터 중·장기 계획을 세워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면서 "이를 네트워크로 구축하면 물 관련 산업을 육성할 수도 있고 한발 더 나아가면 수출 등을 통해 국가경제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월26일 내놓은 '2023∼2032 농업생산기반 정비계획'에서 효율적인 농업용수 관리를 위해 수자원 관리에 ICT를 접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물 흐름과 들녘별 용수 과잉·부족량을 파악할 수 있게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전체 수로 10만4000㎞에 대해 내년까지 디지털 계통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농어촌공사 93개 지사가 수동 조작하는 수리시설물을 원격으로 제어·관리할 수 있도록 오는 2025년까지 관련 시스템을 정비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