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지원본부장 인선 반발에 사내 게시판으로 입장 전해"민심에 반하는 어려운 결단…대체 임원 부재"A청산결제본부장 사과하고, 이사장으로서 감시·견책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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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경영지원본부장 인선과 관련 직원들의 거센 반발이 있는 것에 대해 직원들에게 이해를 구했다. 거래소 안팎 상황상 위기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때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점을 소명하며, 향후 A본부장에 대한 감시와 견책을 늦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27일 오전 손병두 이사장은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을 통해 최근 논란이 된 경영지원본부장 인선 배경과 향후 계획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손 이사장은 "차기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추천될 후보자는 여러분이 여러 번 '닮고 싶지 않다'던 바로 그 임원"이라면서 "온통(거래소 사내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글들도 여러 번 읽어봤음에도 이사장으로서 민심에 반하는 어려운 결단을 내린 속내를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최근 거래소 직원들은 직장 내 갑질을 일삼아온 A청산결제본부장이 경영지원본부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에 강하게 반발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거래소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추위에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손 이사장이 A본부장을 차기 경영지원본부장으로 낙점한 이유는 위기감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하거나 상응하는 감독을 하라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이번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가 타오른 불씨에 여론의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는 게 손 이사장의 설명이다. 정치권에선 거래소 구조개편이 대선 어젠다로 부각되고 있고, 대체거래소와 가상자산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고 손 이사장은 보고 있다.

    손 이사장은 "지금 우리 거래소는 적지 않은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위기에는 덕장(德將)보다는 용장(勇將)이나 지장(智將)이 절실하다"면서 "‘기민한 위기 대응’과 ‘안정 속에서의 변화 추구’라는 다음 경영지원본부장의 역할모델엔 ‘그분’이 그나마 나아 보였다"고 심경을 전했다.

    A본부장을 대체할 임원이 존재하지 않다는 점도 토로했다. 외부인재 영입과 파격적인 인사 발탁 역시 고민했지만 이마저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손 이사장은 "후보군 모두 나름 장점이 있지만 지금 필요한 핵심 역량은 변화를 이끌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이라면서 "위기는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거래소 사정에 밝지 않으면 자칫 실기하게 된다. 외부 시각에 휘둘린 어설픈 변화 추구는 시장에는 사고, 조직에는 상처만 남길 수 있다"고 밝혔다.

    젊은 인재 발탁에 대해선 "공채 중심의 기수문화가 상존하는 지금의 조직문화에서는 발탁 받은 이도 부담을 느낄 뿐더러 리더십 발현을 위한 팔로워십을 얻을 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손 이사장은 이번 인선 과정에서 직원들의 반발을 고려해 다양한 경로를 통한 의견 청취가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의견 청취) 과정에서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실제 경험한 ‘악행’보다 부풀려진 ‘악명’이었다. 그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고 또 그새 그 분도 많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대내외 환경을 고려한 적격성 논쟁보다는 감정적 인신공격이 앞섰던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녹록치 않은 작금의 거래소 대내외 환경에서 그의 과거 행적을 꼼꼼히 들춰내는 것보다 역량을 최대한 빨리 활용하는 것이 우리 거래소 미래에 더 도움된다고 판단했다"면서 "경영이란 최선의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부족한 현실적 제약에서 최적의 선택을 적시에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사장으로서 향후 A본부장에 대한 감시와 견책을 늦추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A본부장은 추후 직원들에게 반성과 다짐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손 이사장은 "이미 저는 추천에 앞서 그에게 과거에 대한 성찰과 앞으로의 재발방지를 확약 받았다"면서 "앞으로 경영지원본부장으로서 다시는 여러분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도록 늘 견책하고, 만에 하나 노동조합이 제기한 문제가 생긴다면 저의 모든 권한으로 엄히 책임을 물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우려하는 인사나 복리 개선은 이사장인 제가 일일이 좀 더 챙길 뿐만 아니라 합리적 의견은 수시로 반영되는 공식 협의채널을 마련토록 하겠다"며 "여러분이 믿고 따르는 간부들을 인사 라인에 배치해 ‘가능하다면 직원의 편’에서 업무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손 이사장은 "지난 일 년간 내게 보낸 과분한 신뢰와 애정에 늘 감사하고 있다"며 "이번 선택으로 내게 실망하는 이들에겐 송구하지만 많은 고뇌에도 끝내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며 "선택에 따른 모든 책임을 내가 지고, 앞으로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을 다할 것을 거듭 약속한다"고 글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