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대명에너지 이어 보로노이 상장 철회 공모 철회 및 상장예비심사 청구 포기 기업 다수 발생상장 과정서 몸값 낮추기도…투자자 옥석가리기 필요
  • 지난해 역대급 활황세를 보였던 기업공개(IPO) 시장에 침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국내 증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전환 등 대외 악재로 부진하면서 상장을 추진하던 기업들이 연달아 포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코스닥 시장 상장을 노리던 보로노이는 지난 16일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회사는 앞서 지난 14~15일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모집물량을 채우지 못하면서 결국 철회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내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를 밟던 기업이 IPO 과정에서 중도 포기하는 것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2월에는 대명에너지가 수요예측 후 상장을 취소했다.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 중도 포기를 결정한 기업도 있다. 한국의약연구소, 파인메딕스, 미코세라믹스, 퓨처메디신 등은 올해 코스닥 상장 심사를 받던 중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 단계에서 청구를 철회했다.

    이밖에 올해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했던 마켓컬리는 아직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 올 하반기로 상장 일정이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IPO 시장 대어로 주목받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또한 상반기 중 상장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오는 4월 이후로 미루면서 증시 입성 시기를 6월 이후로 연기했다.

    주춤한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IPO를 감행했으나 상장 과정에서 몸값을 대폭 낮추는 기업도 늘고 있다. 

    오는 2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빅사이즈 여성복 전문 업체 공구우먼은 공모가를 희망 가격(2만6000~3만1000원) 하단보다 30%나 낮은 2만원으로 확정했다. 이마저도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7.54대 1이라는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인카금융서비스, 스톤브릿지벤처스, 노을, 모아데이타 등도 공모가를 희망 범위 하단 아래로 확정했다. 이들 또한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 경쟁률이 30대 1을 넘지 못하는 등 흥행에 참패했다.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의 주가도 시원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증시에 입성한 종목 18개(스팩 제외) 중 9개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IPO 시장 침체는 최근 국내 증시 부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FOMC의 금리 인상 등 대외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시가 혼조세를 보이자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을 내린 기업의 수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IPO 시장 부진이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IPO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신중한 행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며 수익률과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렸던 IPO 시장인 만큼 시장의 긴축 가능성이 높아진 현 시점에서 보다 보수적인 접근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기관 수요예측을 거친 10개 기업의 공모가 확정 현황을 살펴보면 공모가 상단 이상 비중이 전월 75.0%에서 크게 하락한 50.0%를 기록했다”라며 “주가 지수의 조정으로 IPO 종목에 대한 선별 작업이 진행되며 공모가 확정에도 변동성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IPO 시장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다”라며 “당분간 전방 시장과 연계해 종목 선별작업을 통한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