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바람에도 기업들 '부정적'인건비 높고 근무 의욕·태도 낮아성과중심 임금·근로 유연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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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60세 이상 고용연장이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실제 고용시장에서는 대기업조차 이를 감당할 토대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대한상공회의소(상의)가 300인 이상 대기업 255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의 중고령 인력 운영 실태조사' 결과, 60세 이상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29.4%에 불과했다. 그 중 정규직은 10.2%에 그쳤다.기업들의 만 55세 이상 중고령 인력을 바라보는 시각은 부정적이었다. 응답기업의 78.4%가 중고령 인력의 근무의욕과 태도가 기존에 비해 낮아졌다고 답했다. 기존과 동일(21.2%)하거나 더 나아진 것으로 응답한 기업(0.4%)은 21.6%에 그쳤다.또 기업의 74.9%은 중고령 인력 관리에 있어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 중 37.6%가 '높은 인건비 부담'을 꼽았다. 이어 '업무성과 및 효율성 저하' (23.5%), '신규채용 규모 축소' (22.4%), '퇴직지연에 따른 인사적체' (16.5%), '건강 및 안전관리 부담' (15.3%) 순이었다. <복수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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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령 인력을 대상으로 효율적 관리·조치를 취했거나 검토 중인 기업은 61.2%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33.9%)이 가장 많았고 이어 '중고령 인력 적합업무 개발'(19.2%), '중고령 건강관리 및 근무환경 개선'(12.2%) 등의 순이었다.기업의 부정적 태도에도 국민들은 정년 연장을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지난해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전문조사업체들이 전국 18세 이상 1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에서 '현재 만 60세인 근로자의 법정정년을 단계적으로 만 65세까지 연장'하는 것에 찬성 의견은 84%로 반대(13%)에 비해 크게 높았다.대한상의 관계자는 "연공중심적 인사관리제도와 기업문화가 여전하고 중고령 인력의 근로조건 조정, 전환배치를 위한 노조와의 합의가 필수적으로 작용해 중고령인력 관리체계가 구축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중고령 인력의 고용 및 관리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 이에 대비한 적합한 작업환경과 관리체계 구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정년 연장이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는 대기업의 인사적체가 꼽힌다. 인사적체를 묻는 설문에 응답기업 중 53.7%가 '인사적체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해당기업들은 인사적체 원인으로 '사업 및 조직 성장 정체' (40.1%), '직무가 아닌 연공 중심의 인력 관리' (30.7%),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한 장기 근속화' (27.7%) 등을 꼽았다.기업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인력효율화를 위한 전환배치' (25.9%), '직급제도 폐지 또는 개편' (18.4%), '연공성 보상 감소 및 업적 성과 보상 확대' (17.3%), '희망퇴직 등 특별퇴직제도 도입' (13.7%) 등의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연금개혁 시 연금수령연령에 맞춰 60세 이상 고용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대기업 내 고령인력 인사제도나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라며 "고용연장은 양질의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어 직무성과중심의 임금 개편과 근로조건의 유연성을 높이는 제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