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호실적에 주가 급등세…시총 2위 굳건증권업계 채권 평가손실에도 메리츠증권 포지션 관리 성공일회성 수익 지속 여부 관건…수익 다변화 '노력'
  • 증권업계가 업황 둔화에 따라 대다수 증권사들이 올해 1분기 뒷걸음질 친 실적을 받아든 가운데 메리츠증권의 선전이 눈길을 끈다.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큰 폭의 채권 평가손실을 낸 증권사가 속출했지만 메리츠증권은 포지션 관리에 성공하면서 최고 실적을 거뒀다는 평가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메리츠증권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27% 오른 6830원에 거래를 마쳤다. KRX증권 지수가 전일 대비 0.04% 하락하는 등 대부분 증권주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두드러진 상승세였다. 

    이날 기준 메리츠증권의 시가총액은 4조5064억원으로, 시총 3위인 한국금융지주(3조9008억원)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고, 시총 1위 미래에셋증권(4조 9595억원)과의 격차는 4530억원가량으로 좁혀졌다.

    주가가 급등한 건 1분기 호실적을 이룬 덕분이다. 메리츠증권은 1분기 당기순이익은 282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33.4%, 직전 분기 대비 48.8% 급증한 수치다.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에서 거둔 역대급 실적이다.

    기업금융(IB)·금융수지 부문에서 고른 실적과 채권 운용, 비상장사 투자가 호실적을 견인했다.

    금융수지는 전년 대비 95% 증가한 1053억원을 기록했다. IB 수수료 수익은 1246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자산운용에선 전년 대비 33.6% 늘어난 2309억원을 벌어들였다. 비상장사와 해외 에너지투자 수익이 각각 900억원, 500억원씩 반영됐다.

    1분기 실적 시즌 하나둘 공개되고 있는 증권사 성적은 지난해, 직전 분기 대비 크게 후퇴했다. NH투자증권은 전년 대비 60.3% 감소한 1023억원, KB증권은 47.9% 감소한 1159억원, 신한금융투자는 37.8% 줄어든 10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였다.

    당기순이익이 급감한 가장 큰 원인으론 채권 평가손실이 꼽힌다. 증권사는 금융 상품 설계 등을 위해 채권을 보유하거나 직접 채권을 운용한다. 시장 금리가 급하게 뛰어오르면서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의 평가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메리츠증권은 채권금리 상승에 대비한 포지션 관리에 성공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분기 연결 이익은 2824억원으로 당사 추정치 1657억원과 컨센서스 1740억원을 크게 상회했다. 부실 채권과 투자 자산의 성공적인 회수에 따라 업황 부진에도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5500원에서 65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증시 위축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 여파는 메리츠증권도 피하지 못했다. 위탁매매 수익은 지난해 1분기 315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171억원으로 45.7%, WM 수익은 87억원에서 84억원으로 3.4% 감소했다. 

    메리츠증권은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브로커리지 비중이 낮아 증시에서의 개인투자자 이탈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적 선방에도 1분기 일회성 수익이 많았다는 점에서 현재 실적의 수준 지속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분석이다.

    정 연구원은 "여전히 채무보증 확대 여력은 제한적이고 대출금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지속가능한 이익 체력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투자의견은 '중립'을 유지했다.

    특히 올 1분기엔 금융수지와 트레이딩 수익이 급증하면서 IB 부문 비중이 25.6%로 줄었지만 여전히 자산관리·위탁매매 비중은 5.2%에 불과하다. 신규 비즈니스 전략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성도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메리츠증권도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위해 최근 리테일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국내 주식 차액결제거래(CFD) 시장에 뛰어들어 업계 최저 수수료 등을 내세워 고객을 유치하고 해외 CFD도 출시했다. 

    조직개편으로 리테일본부 산하 디지털 전담 디지털비즈팀을 신설하고 인력을 배치, 자체 유튜브 채널 '메리츠온'을 개설해 CFD 관련 콘텐츠를 선보이는 등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개인 투자자 공략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비우호적인 환경에서도 최대실적을 경신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지만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가 지속되는 경제 위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모든 업무를 제로 베이스에서 재정비하고 철저한 스트레스 테스트, 투자자산 점검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