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일성으로 "수산정책 중심 SOC→어업인 전환" 꼽아 눈길"CPTPP 가입취지 이해… 수산·어촌피해 특단의 대책 있어야""해상풍력개발 방향은 공감… 의견수렴 부족·어민권익 보장해야"행정사 전관예우 논란 등 자료제출 문제로 오전 청문회는 파행
  • ▲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차기 윤석열 정부의 첫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지명된 조승환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수산 부문을 잘 챙기겠다는 뜻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해수부에선 해운·항만쪽 고위공직자가 출세 가도를 달려왔다. 조 후보자도 해운·항만·해양개발 등 해수부 내 경험이 풍부하지만, 수산쪽 전문가는 아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조 후보자가 수산·어업인 중심의 정책을 펴겠다고 밝힌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4일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오전 청문회는 개회 53분 만에 정회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병역면제와 행정사 재직 시절 이해충돌 또는 전관예우를 통한 관련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할 자료 제출이 미비하다고 조 후보자를 질타했다. 민주당 주철현 의원은 "민감한 개인 자료라서 제출하지 않는다면 뭐 하러 공직을 맡으려고 하나. 청문회를 받을 자세와 각오가 안 돼 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지침인지 캠프 지침인지 모르겠지만, (자료를) 안 내놓고 있다. (자료 제출) 약속만 믿고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 한두 번 속은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청문회는 국민과의 약속이므로 일단 진행하면서 자료 제출을 요구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만희 의원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검증을 위해 타당하다"면서도 "당선자라든지, 캠프의 지침이 있었다는 발언과 '한두 번 속은 게 아니다'는 말은 굉장히 듣기가 그렇다"고 응수했다.

    오후에 속개된 청문회에서도 민주당과 조 후보 간 자료 제출 공방은 이어졌다. 민주당은 행정사법에 외교·안보 관련 사항이 아니면 사실상 자료 제출이 가능하다며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해수부 고위공직자 출신인 조 후보자가 해운·안전·심판 등의 업무를 맡을 수 없는 일반행정사 자격으로 해사행정사 업무를 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주 의원은 조 후보자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 퇴임을 앞두고 근무 시간에 행정사 자격 취득 관련 교육을 받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고 지적해 조 후보자로부터 불찰이었다는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행정사 관련 전관예우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면서 "(다만) 행정사 관련 자료(제출)는 계약상 비밀유지 조항이 있어서 양해해달라"고 해명했다.
  • ▲ 수산물.ⓒ연합뉴스
    ▲ 수산물.ⓒ연합뉴스
    이어진 정책질의에서는 조 후보자가 어업·수산 관련 정책에 힘을 싣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조 후보자는 민주당 서삼석 의원이 취임 일성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수산 관련 정책 중 어항 SOC(사회간접자본) 중심의 정책을 어업인 중심으로 바꿔보고 싶다"고 답했다. 서 의원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해수부 관련 내용은 3~4개에 불과하다며 어업인의 우려를 전달하자 "수산물도 이제 식량주권적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수산자원 관리, 어업인 소득·복지 향상 등 어업·어촌 활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호응했다. 이 과정에서 조 후보자는 어민들에게 더 나은 정책적 지원을 위해 필요하다며 복수차관제 도입에 동의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해수부 연안계획과장, 부산지방해양수산청 항만물류과장, 국토해양부 인천항건설사무소장, 주영국대사관 공사참사관, 해수부 해사안전국장, 해양정책실장 등을 지냈다. 해운·항만·해양개발 등 경험은 풍부하지만, 수산전문가로 분류되진 않는다. 해수부 내부에선 고려대, 해운·항만쪽 출신이 영전한다는 말이 일종의 징크스(?)처럼 받아들여진다. 조 후보자도 고대 법학과를 나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 조 후보자가 질의에 대한 답변이라고는 해도 취임 일성으로 수산 정책 변화를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을 두고 윤석열 정부에서 수산 관련 정책에 좀 더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 ▲ 해상풍력발전.ⓒ연합뉴스
    ▲ 해상풍력발전.ⓒ연합뉴스
    조 후보자는 정부가 추진 중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과 관련해선 "CPTPP가 갖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봤을 때 가입 취지는 이해한다"면서 "수산이나 어촌의 피해에 대해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이 "자유무역협정(FTA)과 CPTPP 중 무엇이 더 무서우냐"고 묻자 "CPTPP가 (수산인들에겐) 더 무서운 가입"이라며 "어업 지원이나 권익 보호 대책이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자간 FTA인 CPTPP는 일본·호주 등 아·태 지역 11개국이 결성한 거대 경제협의체로, 전 세계 무역 규모의 14.9%를 차지한다. 정부는 CPTPP 가입 방침을 정하고 현재 내부 절차를 밟고 있다. 수산인들은 CPTPP에 핵심 구성원으로 참여 중인 일본이 가입을 조건으로 우리나라에 후쿠시마(福島) 일대 식품 수입 허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수산 보조금과 수입 수산물에 대한 관세 폐지 가능성도 제기한다.

    조 후보자는 해상풍력 개발과 관련해선 "신재생에너지로 가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형태는 적절치 못하다"며 "해상풍력은 장기간, 넓은 면적의 해역을 점유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따른 어장 축소 등 어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어업인 권익을 좀 더 보장하는 방법으로 개발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독도를 기점으로 배타적경제수역(EEZ)이 선포돼야 한다는 지적에는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우리 고유영토"라면서 "2006년 이미 독도 기점으로 EEZ을 공표한 바 있다. 단기간 협상은 어렵지만, 외교부와 공조해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적극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