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운용사 순익 전년比 36% 하락…2분기 전망도 ‘우울’ETF로 새 먹거리 활로 개척하지만 시장점유율 확대 어려워과창판·메타버스 등 국내외 성장주 토대 ETF 수익률 처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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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새 먹거리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에서 새로운 상품을 발굴하는 등 반등에 나섰지만, 국내외 증시가 연일 폭락하자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자산운용사의 당기순이익은 37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4% 감소했다. 금리 인상, 주가 하락 등 운용환경의 악화로 수익성 지표가 악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미래에셋자산운용(-58.7%) ▲KB자산운용(-25.4%) ▲교보악사자산운용(-9.8%) ▲신한자산운용(-33%) ▲키움자산운용(-33.9%) ▲한국투자신탁운용(-10.9%) 등은 전년보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자산운용사를 둘러싼 2분기 상황도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코스피지수가 2500에 이어 2400선까지 내주며 연저점을 경신, 약 1년 전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3316.08)와 비교해 1000포인트나 추락하면서 2분기에도 자산운용사의 고유재산 운용을 통한 증권투자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을 땐 증권사뿐만 아니라 운용사도 힘들다”라며 “특히 국내 증시가 코로나19 팬데믹 직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되돌아갈 조짐이 보이면서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향후 실적을 낙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악화한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업황이 나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ETF를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점차 치열해지는 국내 ETF 시장의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신상품을 출시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주요 운용사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외하고 ETF 시장 점유율이 전년 대비 눈에 띄게 증가한 곳은 전무하다. 5월 말 기준 미래에셋운용의 ETF 시장 순자산가치총액 비중은 37.2%로 전년보다 10.0%포인트 증가했다. 

    이밖에 ▲삼성자산운용(-9.1%p) ▲KB자산운용(-0.7%p) ▲한국투자신탁운용(0.0%p) ▲NH아문디자산운용(0.0%p) ▲한화자산운용(-0.3%p) ▲신한자산운용(-0.2%p) 등은 점유율이 줄어들거나 변동이 없었다. 키움투자자산운용만이 2.6%에서 2.7%로 소폭(0.1%p) 증가했을 뿐이다. 

    한 중형 운용사 관계자는 “삼성과 미래에셋이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국내 ETF 시장에서 좀처럼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이 힘들다”라며 “운용사들은 기존에 없던 ETF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 데 혈안이 됐지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도리어 상품 차별화가 어려워졌다”라고 말했다. 

    수익률도 좋지 않다. 실제 올해 들어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새롭게 선보인 ETF는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초부터 증시가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중국 과창판, 메타버스, 수소, 플랫폼, 전기차 테마 등 성장주와 관련한 새내기 ETF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용사들은 새로운 ETF 상품을 연이어 시장에 내놓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최근 국내 최초로 월배당 ETF를 출시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회사는 연금계좌, MZ세대 고객을 주 타깃으로 한 ‘SOL 미국 S&P500 ETF’를 전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삼성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오는 30일 액티브형 TDF ETF를 동시 출시한다. TDF가 ETF로 출시되는 건 이번이 국내에서 처음이다. 

    TDF는 구체적인 포트폴리오를 공개하지 않지만, TDF ETF는 매일 실시간으로 포트폴리오가 공개돼 투자자들이 본인의 투자처를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환매에 며칠씩 걸리는 펀드와 달리 일반 ETF처럼 즉시 거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당 상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TDF는 퇴직 이후를 준비하는 장기 투자자들이 주로 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투자자가 매수·매도 등의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ETF 형태로 출시될 경우 투자자들이 해당 상품을 쉽게 사고팔 수 있어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TDF의 상품 성격과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TDF는 초장기적으로 쌓아가는 투자를 하는 것이 알맞은 방식”이라며 “TDF를 ETF처럼 쉽게 매매한다면 당초 퇴직 이후의 삶을 보장한다는 TDF의 당초 취지와 맞지 않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