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정제마진 초강세… 역대급 실적 예고中, 화학제품 수요 부진… 원가 상승분 반영 못해올 에틸렌 증설 물량만 1000만t… 공급과잉 지속안심 못하는 정유사 "이익 절반 이상 재고평가이익 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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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국내 정유사들이 2분기에도 역대급 성적을 달성한 것으로 전망됐다.

    5일 증권가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실적 평균 전망치는 매출 226133억원, 영업이익 18178억원이다. 에쓰-오일(S-OIL)은 각각 112877억원, 12834억원 수준으로 예측됐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1분기와 비슷한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됐으며,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1812억원, 7045억원이다.

    정유4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2분기 SK이노베이션 5065, 에쓰오일 5710, GS칼텍스 3792억 현대오일뱅크 2657억이다.

    유가상승과 정제마진 초강세가 정유사 호황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고유가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 증가가 대표적이다. 원유 도입부터 투입까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국제유가 상승기에는 높은 재고평가 이익이 발생한다.

    정제마진 확대 역시 정유사 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 정제마진은 정유사들의 핵심 수익지표로 원유 1 배럴을 정제해 석유제품을 판매하고 남는 이익을 말한다. 보통 배럴당 4~5 달러가 이익의 마지노선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정제마진은 배럴당 24.5 달러를 기록, 전년 동월(1.4 달러) 대비 17.5배 상승했다. 주간 기준으로 보면 정제마진은 3월 넷째 주(13.87 달러)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이후로도 꾸준히 상승해 6월 넷째 주 기준 29.5 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제마진이 예상보다 많이 상승했다" "유가가 계속해서 강세를 보여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고 말했다향후 실적 전망에 대해선 "비슷한 수준의 강세가 3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고 이익은 감소하되 정제마진은 당분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정유업계의 경우 안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현재 정유업계의 영업이익 절반 이상은 한 달여에 달하는 원유 도입 시기에 따른 재고평가이익인 만큼, 상승세가 꺽여 하락세에 진입할 경우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2년전 4/4분기에만 수조원의 손실이 발생한 적이 있는 만큼 지금의 상황이 달갑지많은 않다"고 덧붙였다. 

    고유가 상황에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정유사와 달리 석유화학 업계의 표정은 어둡다. 지난 1분기에 이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예측되서다.

    LG화학의 예상 영업이익은 93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5%, 1분기보다 9.1%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롯데케미칼은 89.0%(656억원) 줄어든 656억원, 금호석유화학은 53.1%(3536억원) 감소가 전망됐다.

    주요 요인으로 수요 부진과 공급과잉 전환이 꼽힌다.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인상분이 제품 가격에 전가되지 못하면서 수익성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 분석에 의하면 나프타 가격은 t 811.82 달러를 기록, 지난해 2분기 말(614 달러)보다 크게 상승했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제품의 주유 원료로 제조원가의 70%를 차지, 화학 기업들의 수익성을 좌우한다.

    그러나 나프타와 다운스트림 제품간 스프레드는 줄어들고 있다. 나프타를 분해해 생산하는 에틸렌 스프레드는 1t 214 달러로 4 403 달러와 비교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고, 프로필렌 스프레드도 1t 194 달러로 288 달러에서 약 32% 줄었다. 통상 에틸렌의 경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스프레드는 t 300∼350달러이며, 프로필렌은 250~300 달러다.

    수요는 아직 회복이 더딘 상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와 물류 대란이 일어나고, 화학 제품의 주요 수요처인 중국의 강력한 코로나19 봉쇄 정책까지 맞물리면서 수요 감소 추세로 이어졌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중국의존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석유화학제품의 50% 가량이 수출물량이며 그 중 40~50%는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반면 글로벌 증설은 활발하다. 에틸렌의 경우 올해 글로벌 증설 물량만 1000t을 상회한다. 이 중 중국 물량이 325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8 950t에서 올해 1270t으로 확대됐다. 현재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정유사 설비가 가동되는 2026년이면 1420t에 달할 전망이다. 반면 수요 증가량은 700t에 불과해 단기적인 공급과잉은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올라간 만큼 화학업계의 원가 부담이 높아졌다" "유가 부담 자체를 제품 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