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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도 아닌데 횡재세?… 정유업계 깊어지는 한숨

정치권, '초과이득'에 과세하는 법안 마련 분주석유사-정유사 사업 무지서 비롯… "적자나면 메워주나""석유제품 매출 70%가 수출… 폭리 논란 답답해"

입력 2022-07-13 17:44 | 수정 2022-07-13 17:44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불똥이 난데없이 정유업계로 튀고 있다. 인플레이션 위기에 기름값이 요동치면서 정치권의 정유사 때리기가 본격화된 모양새다. 한 발 더 나아가 정치권에서는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며 정유업계가 호황을 누리자 초과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이른바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실제로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정부가 유류세를 조정하면 그 세율을 적용받은 정유사들은 정부가 요구할 때 세율 조정 전후의 석유제품 도매가격을 제출하도록 하는 ‘정유사 원가 공개법’을 대표 발의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은 유가가 급등한 해에 정유사가 얻은 이익을 최근 몇년간 얻은 평균 이익과 비교해 ‘초과이득’을 개념화하고, 여기에 일정한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담아 법안을 마련 중이다. 

정치권 공세에 정유업계는 당혹스러워 하는 입장이다. 정유업계가 마냥 횡재를 했다고 진단하는 방식 때문이다. 대외이미지는 둘째 치더라도 사실과 다른 주장에 불신감만 키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횡재세 논란은 국내에서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미국과 영국 등이 글로벌 에너지 업체를 대상으로 횡재세를 걷는 방안을 논의되자 국내까지 확산된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해외 기업들을 거론하며 국내 정유사까지 횡재세를 걷겠다는 주장은 석유사업과 정유사업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다. 

우리나라 정유사들은 미국과 유럽 등 석유사와는 사업에서 차이가 있다. 브리티시 페트롤륨(BP), 엑손모빌, 쉘, 쉐브론 등 미국과 유럽의 석유사들은 유전에서 석유와 가스를 생산(상류부문)해 정제(하류부문) 사업을 병행한다. 원유를 직접 생산하다보니 실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원유생산 단가의 경우 사우디가 배럴당 4 달러 내외, 미국 셰일업계는 50 달러 내외로 상류부문의 원유생산 업체는 높은 개발마진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횡재세를 도입하려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유사들은 비산유국으로서 정제업(하류부문)만 수행해 석유산업 구조 측면에서 크게 차이를 보인다. 정유사들은 이들 기업에 원유를 구입해 석유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원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석유제품 가격 역시 싱가포르 휘발유 및 경유 가격으로 정해진다.

최근 미국에서도 횡재세 도입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일(현지 시각) ‘바이드노믹스 개론’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민간 경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며 “자유세계의 지도자가 휴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따라 하는 것처럼 들려 당혹스럽다”고 비판했다. 

WSJ는 "60% 이상의 주유소는 개인이나 가족이 운영하고 있다"며 "소매 정유업체들이 제반 비용만큼만 정유 가격을 책정한다면 대부분은 폐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급 측면에서도 수요가 줄지 않으니 석유제품 가격도 떨어지지 않는 측면이 크다. 쉽게 말하면 휘발유 및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고 정유사 마진이 올라가는 이유는 수요자들이 오른 가격에도 그 수요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우리나라 휘발유 및 경유 소비랑은 2482만배럴로 4월 대비 무려 43%가 늘었다. 최근 중고차 가격이 새차 가격의 90%까지 몸값이 오른 것도 같은 논리다. 

이와 함께 휘발유와 경유는 내수와 수출이 경합을 벌이는 제품이어서 내수 시장에서만 높은 마진을 거둘 수 없다. 내수에서 이익이 많이 나면 수출용 제품을 내수용으로 공급해 가격을 안정시키고 수출 물량을 다시 늘리는 방식이다. 때문에 내수 판매에만 횡재세를 부과하면 정유사는 내수용 물량 일부를 수출로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정유사들의 직영 주유소는 전국 주유소(1만1000여개)의 7~8%에 불과해 수익을 거둬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 오히려 매출의 70% 안팎을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다. 석유제품 가격 상승을 통해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정치권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무엇보다 국내 정유사 실적은 주로 유가상승에 따른 재고이익으로 향후 유가가 하락하면 다시 손실로 처리해야 하는 부분이다. 지난 1분기 정유업계 영업이익 4조원중 약 40%가 재고관련이익으로 유가하락시 재고 관련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 산유국 석유기업의 상류부문 수익과는 달리 숫자상 이익에 불과하다.

높은 정제마진도 원유공식판매가격(OSP)를 감안하면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다. 최근 정제마진이 배럴당 20달러에 달하지만 사우디가 아시아 국가에 원유를 판매할 때 붙이는 프리미엄인 OSP가 배럴당 9~10달러(지난 5월 기준)에 이르고 원유수입운임 등 관련 제비용 상승으로 BEP 마진도 배럴당 5달러 내외에 달해 실질 정제마진은 그리 높지 않다.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100 달러 밑으로 떨어진 만큼 하반기 실적 역시 호조세를 이어간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8.25 달러 하락한 95.84 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4월 11일 이후 최저 가격이다.

영국 브렌트유(Brent) 가격은 전일 대비 배럴당 7.61 달러 하락한 99.49 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가격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두바이유(Dubai)는 1.87 달러 하락한 102.16 달러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도 어긋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정유사가 지난 2014년 및 2020년 대규모 적자 및 손실을 기록할 당시 정부의 지원 및 적자 보전이 없었던 상황에서 일시적 고수익에 대해서만 과세한다면 조세 형평성에 위배될 뿐더러, 투자불확실성 초래로 생산활동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한국이 가장 저렴하게 석유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유류세만 내리고 정유사 탓으로 몰고가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조재범 기자 jbcho@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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