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영업제한·의무휴업 때문에 새벽배송 차질쿠팡 등과 경쟁 막는 차별규제 vs 골목상권 침해규제 풀려면 법 개정 필요해 논쟁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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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 온라인 영업규제 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영업시간 제한·의무휴업 범위에서 온라인 배송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해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가로막는 영업 제한 조항 등 44건을 경쟁 제한적 규제로 선정해 관련 부처와 개선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공정위는 매년 다른 부처 소관 규제 중 경쟁 제한적 요소가 있는 것들을 선정해 개선을 추진한다. 올해는 윤석열 정부의 '규제 혁신' 기조에 맞춰 이해관계자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주제도 과감히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은 매월 이틀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하고 영업시간도 오전 0시부터 오전 10시 사이 범위에서 제한할 수 있다.

    이런 영업 규제는 골목상권을 보호해 상생과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유통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한편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2012년 도입됐다.

    법에는 온라인 배송에 관한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으나, 법제처가 영업 제한 시간 또는 의무휴업일에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배송기지로 활용해 온라인 영업을 하는 행위는 점포를 개방하는 것과 사실상 같은 효과를 가지므로 법에 어긋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은 영업제한 시간(오전 0∼10시)에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해 새벽배송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별도 물류창고를 활용해 온라인 배송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

    공정위는 이런 영업 규제가 경쟁 제한적이며 차별 소지가 있고 소비자의 편익을 저해해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쿠팡, 마켓컬리 등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영업 제한을 전혀 받지 않지만 대형마트는 온라인 영업을 할 때도 제한을 받아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의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형마트의 온라인 영업을 규제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이나 중소 유통업체를 이용하기보다는 쿠팡 등 다른 온라인 유통업체로 소비를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 '전통시장·골목상권 보호'라는 규제 목적 측면에서 실효성이 약하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하지만 소상공인,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상생 발전을 도모한다는 법 도입 취지를 고려해 규제 완화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금도 대형마트가 별도의 물류센터를 활용해 온라인 영업을 하는 데 제한이 없으므로, 대형마트가 다른 온라인 유통업체와 비교해 차별받는다고 볼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은 2018년 대형마트 7곳이 낸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된 바 있다"며 "적법성이 인정됐음에도 새 정부는 국민투표를 통해 골목상권의 보호막을 제거하고 대기업의 숙원을 현실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지난 11일 "코로나19 이후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마트 휴무일 온라인 배송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소상공인을 더 큰 어려움으로 몰아넣는 결정"이라며 "10년 전에는 기울어졌던 운동장이 이제는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바뀌었다고 판단하는 것인지 공정위에 되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영업시간 제한·의무휴업일에도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한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하려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필요하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는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이나 영업시간 제한에 상관없이 온라인 상품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도 2020년 7월 유사한 취지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반대로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더 강화하는 취지의 법 개정안들도 발의돼 있어 앞으로 국회 입법 과정에서 논쟁이 예상된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공정위가 제안한 온라인 배송 규제 개선은) 법률 개정 사안이고 국회에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며 "기본적으로는 국회에서 논의돼 추진돼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