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50% 韓 2.25%연준 ·금통위 각각 세번씩 남아"금리차보다 불확실성 더 우려"
  •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2연속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한국은행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시장이 우려하는 외화 유출이나 경기 침체가 당장은 벌어지지 않는다 해도 금리역전은 이래저래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은 역시 당분간 고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8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다음 금통위 때 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75bp(0.75%p) 인상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미 기준금리는 각각 2.25%, 2.5%로 역전됐다.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회의는 올해 8월과 10월 그리고 11월까지 3차례 남았다. 연준의 FOMC도 9월과 11월, 12월까지 3차례 앞뒀다. 연준보다 앞서 금통위 금리 결정이 이뤄짐에 따라 선제적 대응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관건은 연준이 어디까지 기준금리를 올리느냐다. FOMC 6월 회의 점도표는 연말 기준금리 범위를 3.0~3.5%로 예상한다. 남은 3차례 회의에서 적어도 한번 이상은 빅스텝(50bp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파월 연준 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음회의에서 50bp 또는 75bp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했다.
  • ▲ 추경호 경제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했다ⓒ뉴데일리DB
    ▲ 추경호 경제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했다ⓒ뉴데일리DB
    연준의 긴축공세가 빨라질수록 한미 금리차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8월 금통위에서 25bp 인상을 단행해도 9월 연준이 75bp를 올리면 금리차는 0.75%로 커진다. 파월 의장은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2%로 다시 내려갈 것이라고 확신하는 수준까지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은 1996년6월~2001년3월, 2005년8월~2007년9월, 2018년3월~2020년2월까지 세 차례 벌어졌다. 가장 최근인 2018년 당시 한미 금리차는 50~75bp를 유지하며 2년여간 이어졌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국내에 투입된 외화 자금 유출이 우려된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가 낮은 한국에 투자한 자본을 빼 미국 시장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과거 사례에서 금리가 역전됐다고 일순간 자금이 빠져나가진 않았다. 신흥국 시장의 투자매력이 금리차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아직 0.5%에 그치고 있고, 일본은행은 -0.10%로 제로금리를 유지 중이다.

    문제는 한미 금리차가 과거보다 커질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1%p 이상 벌어지는 기간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필수 투자자금이 버티지 못하고 유출될 수 밖에 없다.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경기침체를 고려해 연준이 3.5% 선에서 금리인상을 멈출 것이라는 낙관론과 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비관론이 혼재한다. 미국 GDP는 1분기 -1.4% 역성장을 기록했으며 2분기 성적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모건스탠리는 "오늘 75bp 인상은 시장예상과 부합했다"며 "파월 의장이 명확한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았으나 9월 FOMC에서 75bp 보다는 50bp 인상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9월 50bp 인상과 11월과 12월 25bp 인상후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시티은행은 "시장의 해석보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은 매파적이었다"며 "근원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9월 시장 예상보다 큰 75bp 인상을 예상하며 연말까지 4%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금리 역전현상보다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나 폭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 우려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FOMC 회의결과 발표 이후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이 부총재는 "연준이 다음 회의에서도 이례적인 큰 폭의 금리인상이 가능하나 향후 정책여건에 훨씬 더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고 언급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큼에 따라 자본유출입, 환율 등의 동향에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