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모델 '시아', 1초에 1편 창작, 53편 수록KoGPT 기반 언어모델, 인간에 가까운 예술분야 접목운율 등 기술적·심미성 측면 부족 등 일부 한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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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AI가 쓴 시집이 수준 높은 창작 결과물로 놀라움을 주는 한편, 일부 한계도 드러냈다.

    10일 카카오브레인은 AI 모델 ‘시아’가 쓴 시집을 출간했다. 시아는 시작(詩作)하는 아이(AI)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카카오브레인의 초거대 AI ‘KoGPT’를 기반으로 1만 3000여편의 시를 통해 작법을 익혔다.

    시집은 총 53편으로 구성돼 1부와 2부로 나눴다. 1부는 공(0), 2부는 일(1)로 구성해 디지털 연산을 위한 기계어를 의미함과 동시에 존재와 의미에 대한 의도를 담았다.

    카카오브레인은 미디어아트 그룹 슬릿스코프와 협업해 모델을 학습시키고, 시집을 구성했다. 1부는 슬릿스코프의 작업 노트를 기반으로 ‘개인의 주관적인 부분’을, 2부는 ‘객관적인 대상이나 사실’을 시상으로 시를 생성했다. 주제와 명령어를 입력하면 시아가 한 편의 시를 창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초다.

    시를 쓰는 데 걸린 시간은 1초지만 시에 담긴 내용은 결코 단순하다고 치부하기 어려웠다. 시어는 어렵지 않지만, 내용은 추상적이고 철학적이다. 1부 시 중 ‘공간 기억’은 창, 의자, 커튼 등 시어로 빛의 굴절로 인한 변화를 썼다.

    학습을 통한 창작의 한계와 더불어 인간의 흔적은 곳곳에 엿보인다. 문어체 시어와 정형화된 틀, ‘다’로 끝나는 단정적인 표현과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을 주는 시어가 대표적이다. 반복적이지만 리듬감이 부족하거나, 동일한 시어가 반복되는 경향도 나타난다.

    시를 쓰는 이유, 밤중의 밤, 고백 등의 시에서는 문장 끝에 점이 찍혔다. 산문 같은 문장에 점까지 찍혀 정의하는 듯한 필체로 작성했다. 글쓴이로서 시아가 자신의 의지를 피력하고, 주장하는 듯하다.

    시아의 학습 과정을 지켜본 김태용 숭실대 문예창작전공 교수는 “초기 모델에서는 문법 파괴와 맥락 없는 문장의 나열이 이어지고, 기존의 작품을 거의 그대로 변형해 만든 시를 쓰기도 했다”며 “계속적인 학습 속에 시아의 시들은 자체적인 시적 모형을 만들어 현재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AI 창작물에서 저작권 등 논란이 예고되는 부분은 분명히 했다. 책의 지은이는 슬릿스코프와 카카오브레인으로 명시해놨다. AI의 저작권에 대한 논쟁에서 인간 의도가 분명히 들어갔음을 밝혔다.

    카카오브레인은 예술 분야가 AI의 능력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한다. 카카오브레인 관계자는 “현재까지 개발한 초거대 AI는 이미지와 언어를 기반으로 고도화 됐다”며 “이를 잘 활용할 수 있고, 인간과 가장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분야가 예술”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