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한, '이상 해외 송금' 4.5조원 달해국내 가상화폐 시세 노린 '프리미엄 차익 거래' 추정금감원, 전방위 검사 착수… 검찰 등도 관련 수사 확대검사 과정서 규모 더 늘어날 수도…무더기 제재 불가피
  • ▲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거쳐 해외로 송금된 불분명한 자금이 34억달러(4조5300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거쳐 해외로 송금된 불분명한 자금이 34억달러(4조5300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거쳐 해외로 송금된 불분명한 자금이 애초 발표를 초과해 34억달러(4조5300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돼 '거액 이상 외환 거래' 파문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들 금액의 상당액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은행을 거쳐 송금돼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 거래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더구나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뿐만 아니라 하나은행 등이 자체 점검을 통해 대규모 이상 해외 송금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뒤 시중 은행에 대한 검사가 확대돼 무더기 제재가 불가피해 보인다.

    2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으로부터 6월 말에 거액의 이상 해외 송금 사실을 보고 받고 현장 검사에 착수해 각각 13억1000만달러(1조7000억원)와 20억6000만달러(2조7000억원) 등 총 33억7000만달러(4조4900억원)의 문제 거래를 찾아냈다.

    이후 추가 검사에서 2000만달러(260억원)를 추가로 적발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만 이상 해외 송금액이 33억9000만달러(4조5200억원)로 늘었다.

    아울러 금감원은 지난달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신설·영세업체의 대규모 송금 거래, 가상자산 관련 송금 거래 등에 해당하는 20억달러(2조6600억원) 규모의 거래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해 보고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검사와 별도로 금감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자율점검을 통해 추가 이상 해외 송금을 발견해 금감원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19일 종료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검사를 통해 밝혀진 이상 해외 송금액 33억9000만달러와 자율 점검으로 추가 보고된 액수까지 합치면 34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이상 해외 송금 검사 말고 이들 은행의 자율점검에서도 이상 해외 송금이 더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전체 액수로 보면 이들 은행의 이상 해외 송금은 기존보다 더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자율점검을 통한 추가액은 이달 초까지 제출했던 모든 은행의 의심 거래 액수 31억5000만달러(4조1000억원)에 포함됐던 것인 만큼 국내 은행의 이상 해외 송금 총액은 65억4000만달러(8조5000억원)로 변동은 없었다.

    적발된 해외 송금 거래는 대부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무역법인 계좌로 모인 뒤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였다.

    금감원이 22일 우리은행, 신한은행 외 다른 은행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검사에 착수하면서 수상한 해외송금 거래 정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자체조사와 관련한 지시 결과를 토대로 22일 KB국민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을 상대로 대대적인 현장 검사에 들어간 상태다. IBK기업은행과 지방은행 등을 상대로도 서면조사 후 필요하면 현장검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금감원 검사에서 확인된 액수와 나머지 은행들이 보고한 의심 거래까지 합치면 이상 해외 송금 총액은 65억4천만달러(8조8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도 일련의 이상 외환 송금 사건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구지검은 지난 11일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외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유령 법인 관계자 3명을 구속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도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감원으로부터 이상 외화거래 관련 자료를 넘겨 받아 수상한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국가정보원도 금감원과 업무 협조를 이어가면서 이상 해외송금 관련 자금 흐름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은행들에 대한 검사 자료 등을 이들 기관과 긴밀히 공유하며 실체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기자단 간담회에서 이상 해외 송금 사태에 관련해 "어쨌든 실물 부문에서 국내에 있는 달러가 그냥 몇조원이 나간 것"이라면서 "검찰이든 관세청이든 필요하다면 다른 기관이라도 자료를 보냈고 앞으로도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전방위적인 검사에서 외국환거래법 등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시중 은행에 대한 무더기 제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5월 하나은행의 외환거래 미신고 및 증빙서류 확인 의무 위반 사례를 적발해 과징금 4990만979원과 정릉지점의 업무 일부를 4개월 정지하는 제재를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