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경쟁당국 승인…5개 국가 승인 남아조 회장, 아시아나 인수 추진 TF 꾸리고 사안 직접 챙겨연내 필수신고국인 미국·EU 승인 전망도
  • ▲ 조원태 회장. ⓒ한진그룹
    ▲ 조원태 회장. ⓒ한진그룹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으로 세계 10위권의 글로벌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도약을 노리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꿈이 조금씩 여물고 있다. 

    호주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나면서 멈춘 것처럼 보였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총 14개 신고국 가운데 5개 국가의 승인만 남겨놓은 상태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전날 임의신고국가인 호주의 경쟁소비자위원회(ACCC)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조건 없는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호주 경쟁당국은 티웨이항공 등 다른 항공사도 시드니~인천 노선에 취항 또는 취항 예정인 만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결합해도 경쟁제한성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호주는 양사 결합 전과 동일한 경쟁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신규 항공사의 진입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필수신고국가인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 유사한 방식으로 기업결합심사 검토가 이뤄졌다. 

    따라서 이번 호주 경쟁당국의 승인을 기점으로 다른 미승인 경쟁당국들의 승인 시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필수신고국 중 미국·EU·중국·일본의 승인이 남았으며 임의신고국 가운데선 영국의 승인만이 남아있다. 

    조원태 회장은 2020년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 후 인수 추진 전담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사안들을 직접 챙기며 미국 등 경쟁당국 심사 승인을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4월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조 회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연간 290만명 이상의 승객을 미국으로 운항했고, 팬데믹 이후에도 미국행 화물 용량을 늘려 한미 경제가 직면한 공급망 이슈를 완화하는데 기여했다”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미국 경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도를 높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같은 달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는 “당사의 화물기·여객기를 동원해 미국으로 마스크·진단 키트 수십억개 등을 포함, 대미 항공 화물 수송량을 90만톤 이상으로 늘려 공급망 문제 해소에 일조했다”고 거론하며 미국 경쟁당국에게 대한항공의 성장이 미국 경제와 상생하는 길임을 강조했다.

    조 회장은 연내로 미국과 유럽 경쟁당국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6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방문한 카타르 도하에서 조 회장은 “미국과 EU 경쟁당국으로부터 늦어도 연말까지는 합병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미국과 EU 심사는 현재 궤도에 올라와 있는 상태로,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속도로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도 매각을 앞두고 악화된 재무상태 개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7월 아시아나항공은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 중 1800억원을 중도 상환했다.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 절차가 마무리되면 재무구조는 보다 개선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으로부터 1조5000억원을 수혈받을 예정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 항공업의 경쟁력 강화와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선 세계적 수준의 메가 캐리어가 꼭 필요하다”며 “이번 호주 경쟁당국의 승인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고 이것을 계기로 남은 경쟁당국의 승인도 조속히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올해 초 공정위의 승인이 늦어지면서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또한 많이 밀린 상태이기 때문에 남은 경쟁당국을 상대로 기업뿐 아니라 국토부 등 정부의 외교적 노력도 동반돼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