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아 적자전환… 위닉스–58.8%·신일–43.7% ‘달러 강세 이득’ 옛말…원자재 매입가 올라 수익성 악화“中 저가제품에 가격 올리기도 쉽지 않아… 상황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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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견가전업계가 올해 원자재 가격 급등에 고환율까지 악재가 겹치며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집콕열풍, 보복소비 등으로 호실적을 냈던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가전업체들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별로 보면 위니아는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3632억원, 영업손실 437억원에 그쳤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20.8% 줄었고, 영업익은 약 53억원에서 –43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직전분기 영업손실액 249억원에서 2배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위닉스는 상반기 매출액 1745억원, 영업이익 43억원을 달성했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19.6%, 영업이익은 58.8% 줄어든 수준이다. 신일전자는 상반기 매출액 941억원, 영업이익 32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영업이익은 8.6% 늘었지만, 영업익은 43.7% 줄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가전수요가 줄고 있는 데다 고환율,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전시장은 코로나19 인한 수요 증가로 호황기를 누렸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야외 활동이 늘며 가전 수요가 줄어든데다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소비자 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정보기업 GfK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가전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동시에 높은 환율과 원자재 가격 급등세도 중견가전업체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올해 초 달러당 1193원으로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일 달러당 1387원까지 오르는 등 상승세가 가파른 상황이다. 환율이 138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직후였던 지난 2009년 4월 1일(고가 기준 1392.0원) 이후 13년 5개월 만이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물량을 수출해도 수출 가격이 높아지는 환율 상승효과 덕분이다. 하지만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 수입 비용이 크게 늘어난 데다 엔·위안화도 동반 하락하면서 가격 경쟁력 제고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됐다. 

    특히 중견가전업체들의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동, 알미늄 등 원자재들은 수입비중이 높아 환율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큰 편이다. 올해 초부터 국제적으로 원재료 가격이 지속 상승하고 있는 데다 이를 매입하는 비용까지 늘면서 마진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사별로 보면 신일전자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 환율이 10% 상승하는 경우 약 50억원의 세전손실이 나는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위니아 또한 환율이 10% 오르면 세전이익이 38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환율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달러 가치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 금리인상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언급한 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수급 불안에 따른 유로화 약세, 중국 경기 둔화 등 예측할 수 없는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상존하는 만큼 달러 가치가 연말엔 1500원까지 갈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비상경영 체제에 준하는 긴축경영을 실시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례로 위니아는 생산성 향상, 제조라인 합리화 등 필수 투자 외 비용 집행을 미루는 강도 높은 경비 절감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상당부분을 수입해와 제품을 만들고 국내외에 파는 구조이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중국 등의 저가제품으로 가격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 내부적으로 원가 절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