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직접 챙기겠다"횡령·점포폐쇄·금융사고·이자장사 집중 질타금감원장 "실질 대책 마련 중요"
  • ▲ 11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진옥동 신한은행장(앞줄 왼쪽부터),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임동순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연합뉴스
    ▲ 11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진옥동 신한은행장(앞줄 왼쪽부터),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임동순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연합뉴스
    11일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은행장(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들은 한껏 자세를 낮췄다.

    700억원대 횡령사고와 17조원의 이상 외환송금, 이자장사에 채용논란까지 집중 질타가 이어지자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를 거듭했다.

    2017년 이후 5년만에 국감장에 선 은행장들은 "결과적으로 내부통제가 미흡했다"며 "직원들의 윤리의식과 조직문화 개선에 힘쓰겠다"고 입을 모았다

    애초 5대 은행장들이 모두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은 개인적인 사유로 불참해 임동순 수석부행장이 대신 참석했다.

    ◇ 내부통제 미비… 혼쭐

    은행장들은 먼저 "국민들께 죄송스럽다. 재발방지를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이를 직접 챙기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700억원대의 직원 횡령이 발생한 우리은행의 이원덕 행장은 "100번 사과드려도 부족하다"며 "이 자리에 나온 것만으로도 엄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횡령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제도개선보다는 조직문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직원 윤리의식과 고발의식을 고취시키고 일벌백계해서 경각심을 갖도록 조직문화를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CEO로서 책임감을 통감한다”며 “내부통제시스템 개선을 위해 리스크가 있는 부서는 순환근무와 명령휴가제, 특히 고위험직무를 정해서 그 직무에 대해서는 돈을 인출하는 사람과 의뢰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박 행장은 “무엇보다 중요한건 CEO인 제가 관심을 갖고 내부통제 체계가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조직문화 환경을 조성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내부통제는 제도적 문제라기보다 내부 구성원 의식의 문제로 직원 윤리의식 교육을 진행중”이라며 “점포 간 크로스 점검과 지역본부 불시점검 방안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권준학행장을 대신에 참석한 임동순 NH농협부행장은 "국민께 심려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현장 점검을 두 배 정도로 늘린 상태"라며 "IT 투자를 강화해 지점에서도 위험도를 감별해서 감시·감독 강화하는 방안을 4월부터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횡령사고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사고가 많이 날 수 있는 거래 유형이나 직원 등에 대해 실시간으로 상시 감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가 급증하는 시기에 주요 은행들이 목표이익률을 높게 설정하면서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인상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경제가 엉망이고 금리가 오르며 (서민들은) 비명소리가 터져나오는데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높이고 덩달아 목표이익률도 높였다”며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목표이익률을 높인 은행은 사회공헌액을 줄였다”고 지적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2020년 은행권 공동사회공헌활동이 끝나면서 은행별로 500억~600억원이 줄어든 경향이 있다"면서 "지속가능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보고 이익이 증가하는 만큼 (사회공헌 규모를) 늘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로 인해 취약계층이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하요구권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질타도 쏟아졌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은행들은 금리인하 요구권을 포함해 공시 등 일련의 대책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원칙적으로 안내문을 보내고 답이 없으면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처음 시행하다 보니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신용등급을 어떻게 올리고 떨어지는지 안내가 필요하다고 보고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인하 요구 신청 건수가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용률이 낮게 나왔는데 이자감액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함께 봐달라"고 말했다.

    ◇ "점포폐쇄 신중히"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한, 우리, 하나은행장들에게 “세 행장님들의 공통점은 5년간 점포폐쇄 건수가 가장 많은 것”이라며 “고령자가 많은 지역의 경우 접근성이 차단될 수 있는 등 문제가 있고 ATM은 범죄에 취약해 이 부분에 대해서 폐쇄 전 사전 영향평가를 제출하는데 이 평가 기준도 일률적이고 형식적이다“고 비판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지난 2015년 9월에 외환은행과 통합하면서 1km 이내의 근거리에 있는 점포들을 부득이하게 폐쇄하는 과정에서 280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면서 “사전영향평가와 관련해 지방지역에 대해 점포 폐쇄를 최소화하면서 고령층의 금융접근성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사전역량평가 부분을 실질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2명과 함께 사전영향평가를 진행 중"이라며 “신림동, 난곡 등 어르신들이 많은 지역의 경우 수익성이 아닌 고객 만족을 우선으로 하는 점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점포 폐쇄를 결정할 것”이라며 “특히 어르신들이 계시는 곳에 시니어 특화점포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 채용 비리, 악성앱, TRF

    민병덕 의원은 "국민은행의 채용비리 수습이 부실하다"며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이재근 행장은 "관련 직원들이 현재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관련 자료를 지우기 때문에 피해자를 특정하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윤상현 의원은 "우리 은행들은 이자장사를 통해 너무 쉽게 돈을 번다"며 "비이자수익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윤주경 의원은 "악성앱을 통한 계좌탈취 사례가 분 단위로 11일간 4100건 29억원에 달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용우 의원은 "4대은행이 중소기업에 TRF를 팔아 폭리를 취했다"며 "제2의 키코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