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서 이직한 쿠팡 전무, 과거 배민-요기요 기업결합 담당해취업심사과 "업무 관련성 있으나, 취업한 분야 대한 전문성 인정"온라인 중개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 높아… 쿠팡이츠 하락세 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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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인사혁신처·공정위 등에 따르면 공직자윤리위는 지난달 30일 심사에서 지난 6월 퇴직한 공정위 부이사관 출신 A씨가 이달 쿠팡 전무로 취업하는 것을 승인했다. A씨는 오늘부터 쿠팡 컴플라이언스팀에서 공정거래·준법 경영 관련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A씨는 공정위에서 카르텔총괄과장으로 퇴직했고, 이전에는 기업결합과장, 협력심판담당관 등을 지냈다.
특히 기업결합과장을 맡았던 때 배민과 요기요의 기업결합심사를 맡았던 터라 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배민은 지난 2019년 12월 약 5조원에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계 배달앱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된 후 같은 달 30일 기업결합 관련 신고서를 공정위에 접수했다. 공정위는 심사에 1년 공들여 결국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기업결합이 요기요 매각을 전제로 조건부로 승인했다. 공정위는 DH에게 시정명령을 받은날로부터 6개월내에 DH가 보유하고 있는 DHK 지분 전부를 제3자에게 매각하도록 조치했다.
당시 공정위는 "국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분야의 경쟁제한 행위 억제와 입점업체 및 소비자 등의 피해방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DH는 요기요 매각 조건을 수용해, 배민을 인수했다. 이어 GS리테일이 구성한 컨소시엄에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지분 100%를 약 8000억원에 매각했다.
쿠팡은 2019년 5월 서울 일부 지역에서 시범 사업을 시작, 2020년 6월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공정위의 배민 기업결합 심사 당시 쿠팡이 운영하는 배달앱 '쿠팡이츠'는 운영 초기 단계로, 점유율이 서울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전국시장을 기준으로 한 점유율이 5% 미만으로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에 해당됐다.
쿠팡이츠는 지난해까지 공격적인 마케팅과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며 일부 지역에서는 점유율 1위를 넘보기도 했으나, 올해부터 배달 단가 하락하며 라이더에 주문 접수율이 낮아지며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인해 소비자들이 이탈했다.
실제로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지난 9월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360만명으로 1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MAU가 40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 정책, 날씨 등 요인으로 배달앱 사용자가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경쟁사 대비해도 쿠팡이츠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배달의민족 MAU는 1월 2050만명에서 9월 1956만명으로 4%, 요기요는 1월 892만명에서 653만명으로 2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쿠팡이츠는 무려 43% 감소했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배달앱 1위 배민과 2위 요기요의 결합 심사를 통해 각 사의 깊은 곳까지 속속들이 분석한 A씨가 쿠팡으로 오게 된 것.
A씨는 배달앱 기업결합심사 등을 맡으며 온라인 중개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면시장의 이해관계자인 입점업체 및 소비자 등의 피해 방지에 노력해왔다.
앞서 공직자윤리위는 지난 8월 쿠팡 임원으로 취업하려던 A씨의 취업심사 요청에 대해 취업 제한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에서 한 일이 사기업 등의 재산상 권리에 직접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 업무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취업제한 판정을 받더라도 취업승인 여부를 다시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A씨는 재차 도전해 승인받았다. A씨의 경우 업무 관련성이 있지만 취업하려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인정되고, 취업 후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됐다는 설명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시행된 인사라면, 공직자가 청렴하게 기업에서 관련 전문성을 내세워 기업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긍정적인 것으로 본다"라며 "개인으로서는 후배들에게도 모범이 될 수 있는 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하고, 기업에서는 좋은 인재를 영입해 기업경영에 있어 도움이 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도 크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는 그 어떤 조사보다도 심층적으로 기업의 내부 사정까지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다"며 "급변하는 기술, 정보사회에서, 기업의 혁신과 노하우가 담긴 영업비밀 정보는 기업의 경쟁력을 담보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추후 다른 기업에도 이와 같은 사례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