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兆 통상임금 폭탄까지 덮친다 … 산업계 "감당 못해"

통상임금 판례까지 뒤집혔다.

11년째 이어 온 소송에서 대법원은 끝내 노동계의 손을 들어줬다.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추가 인건비 만도 7조에 육박할 전망이다. 당장 산업계에서는 "도저히 감당 못한다"며 자포자기하는 모습이다.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키는 문제는 1990년대부터 이어져온 노사 쟁점 중 하나였다.

통상임금이란 근로자가 정상적으로 일했을 때 받는 기본적인 임금이다. 초과근무수당, 연차수당 등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금액이다. 

상여금이란 기본급 외 추가로 지급하는 돈이다. 명절 보너스가 여기에 해당된다. 

현재는 다수의 회사들이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포함 시 초과근무수당이나 연차수당 등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금액이 커진다. 기업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다. 

분쟁의 역사는 1990년대로 돌아간다. 1990년대까지 대법원은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도 이와 같은 입장이었다.

하지만 1996년 이와 대치되는 판례가 생겼다. 1996년 '의료보험조합 사건'에서 대법원은 기존 입장을 변경해 "임금이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된 것이라도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된 것이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2012년 '금아리무진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013년 또다시 판례가 뒤집힌다. 2013년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이 판결에서 재직자 조건이 있는 조건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판례가 엇갈리는 가운데 2013년 갑을오토텍 판결 이후, 일부 하급심에서는 재직자 조건을 무효로 보고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현재는 한화생명,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STX조선해양 등 여러 기업들이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19일 대법원은 해당 소송들과 관련해 재직 여부나 특정 일수 이상 근무 조건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조건부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판례에 따르면 근로자가 각종 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할지 여부는 정기성, 일률성, 고정 기준으로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은 한화생명보험과 현대자동차 전·현직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의 상고심을 선고하면서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고정성 기준을 폐기하는 것으로 판례를 변경했다.

이번에 대법원이 11년만에 기존 판례를 뒤집고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킴으로써 국내 기업의 인건비는 연간 6조8000억원가량 급증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